책소개
사진의 가능성에 세계의 미래를 건, 발터 벤야민!
현대 철학과 미학의 선구자 발터 벤야민이 사진에 대해 쓴 글들을 모으고, 벤야민 연구자 에스터 레슬리의 해석을 붙인 『발터 벤야민, 사진에 대하여』. 탁월한 사진 비평가이자 이론가, 사진으로 경험하는 새로운 지각을 문체로 구현한 철학적 사진작가, 어린 시절 엽서를 장식한 사진에 매료된 사진 수집가 벤야민을 만날 수 있다.
벤야민에게 사진이란 당대 기술과 예술이 집약된 새로운 매체이자 정치적 전망의 창이었다. 벤야민은 사진이 인간 지각의 한계를 뛰어넘어 현실을 효과적으로 재현하고 인식하게 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사진에 찍히는 현실이 눈이 보는 현실과 다른 층위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다. 강경한 사진 반대론자였던 보들레르에 비해, 벤야민은 기존 예술이 감춘 허위의식을 드러내는 매체로서의 사진, 가짜 아우라가 제거된 사진에 포착된 시대상과 인물상에 주목한다.
벤야민은 사진의 재현적 기능과 폭로적 기능에 주목하면서 사진의 정치적 가능성에 천착한다. 현실을 기만적으로 재현하거나 이상화하는 기존 예술에서 벗어난 사진에 심층으로 파고드는 설명글을 붙이는 방식을 통해 사진에 ‘혁명적 사용 가치’가 있을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 책에 실린 벤야민의 어린 시절 사진과 그가 수집한 사진, 당시의 인물들의 사진, 사진엽서에 얽힌 그의 추억을 통해 사진이라는 놀라운 매체가 가져온 여러 변화를 흥미롭게 살펴볼 수 있다.
저자소개
저자 : 발터 벤야민
저자 : 발터 벤야민
저자 발터 벤야민는 유럽 모더니티가 낳은 최고의 철학자이자 비평가 중 하나. 독일 사회에 동화된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자란 베를린 토박이였지만, 인생에서 긴 시간을 유학생, 여행자, 망명자로 떠돌았다. 1920년대 초에 내놓은 세 편의 연구 논문은 각각 낭만주의와 괴테와 바로크 희곡 분야에서 불후의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 비애극의 원천Ursprung des deutschen Trauerspiels』으로 학계에 진입하는 데 실패한 후에는 소비에트연방의 새로운 문화와 파리 문화계의 아방가르드 양쪽 다를 옹호하는 안목 있는 바이마르 비평가로 이름을 알렸다. 대중문화를 처음으로 진지한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이 바로 바이마르 시대의 벤야민, 그리고 그의 친구 크라카우어Siegfried Kracauer였다. 이 책에 실린 「사진의 작은 역사」는 바로 이 시기의 역작 중 하나다. 나치를 피해 독일을 탈출한 후에는 주로 파리에서 가난한 망명 작가 생활을 이어 가면서 『파사주 작업Das Passagen-Werk』을 완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결국 이 어마어마한 인용문 뭉치를 글로 엮는 데 필요한 여유를 얻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파사주 작업』의 의도는 19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도시 상품자본주의가 출현한 양상을 문화사적으로 고찰하는 것이었고, 「사진의 작은 역사」는 바로 이 『파사주 작업』의 ‘예비 작업’이었다. 벤야민은 개별 사진 작업들과 사진이라는 현상 전체에 대한 획기적이고도 뛰어난 논의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탁월한 사진 비평가이자 혁신적 사진 이론가이기도 했지만, ‘사유 이미지’라는 독특한 문체를 구사했다는 점에서 사유의 순간을 찍는 철학적 사진작가이기도 했다. 그 문체를 대표하는 글이 바로 『일방통행로Einbahnstraße』와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 시절Berliner Kindheit um 1900』이라는 유럽 모더니즘의 두 걸작이다. 1940년 나치가 프랑스로 진격하자 탈출하던 중 스페인 국경 통과가 좌절되어 자살한다.
저자 : 에스터 레슬리 (엮음)
엮은이 에스터 레슬리는 런던대 버크벡 칼리지의 정치미학 교수. 부모는 트로츠키주의자였고, 조부는 독일인 아나키스트, 조모는 여성 참정권 투쟁으로 체포당한 이력이 있는 폴란드계 유대인이었다. 영국에서 가장 급진적이라고 일컬어지던 서식스 대학에 진학했고, 벤야민과 테크놀로지를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다. 벤야민에 대한 포스트모더니즘적 해석과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적 해석을 동시에 지양하는 역사 유물론적 해석으로 최근의 벤야민 연구에 기여하고 있다. 주저인 『발터 벤야민, 순응주의의 압도Walter Benjamin: Overpowering Conformism』와 함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Hollywood Flatlands: Animation, Critical Theory and the Avant-garde』, 『합성된 세계Synthetic Worlds: Nature, Art and the Chemical Industry』, 『액체 크리스털Liquid Crystals: The Art and Science of a Fluid Form』 등을 통해 현대 대중문화의 시지각을 분석하고 있다. 루카치의 『역사와 계급의식 옹호A Defence of History and Class Consciousness』와 『발터 벤야민 아카이브Walter Benjamin: The Archives』를 영어로 옮겼다.
역자 : 김정아
역자 김정아는 영문학 석사, 비교문학 박사. 서울대, 연세대, 한국외대에서 문학이나 번역으로 수업을 하기도 한다. 옮긴 책으로는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슬럼, 지구를 뒤덮다』, 『죽은 신을 위하여』, 『눈과 마음』, 『오만과 편견』, 『감정 자본주의』, 『폭풍의 언덕』, 『발터 벤야민 또는 혁명적 비평을 향하여』, 『역사?끝에서 두 번째 세계』, 『걷기의 인문학』 등이 있다. 최근 제닝스와 에일랜드가 공저한 벤야민 평전 Walter Benjamin : A Critical Life(근간)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