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의 탄생
점, 선, 면과 같은 사람들이 부딪치고 깨질 때마다
솟아오르는 날카롭고 예리한 모서리들!
세계에 대한 평면적 이해를 거부하고, 다양한 구성의 변화를 통해 이야기의 입체성을 중시해온 신주희의 첫 소설집 『모서리의 탄생』은 고통의 지점들을 그려내고 있다. 사랑하는 딸을 잃고 북쪽의 가장 끝을 찾아가는 노인과(「극」) 스스로 실종을 선택한 아내와 아들의 흔적을 뒤쫓는 두 명의 화자(「미싱 도로시」) 등. 그러나 통증은 부위를 옮겨가거나 응축될 뿐 사라지지 않는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그 맨 얼굴과 마주함으로써 비로소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갖게 된다. 이것이 신주희 소설이 세상을 향해 또렷한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