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파도
젊은작가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믿음직한 행보를 보여온 최은미의 첫 장편소설 『아홉번째 파도』는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작품으로(연재 당시 제목은 ‘척주’), 연재를 마친 뒤 200매가량의 원고를 덧붙이며 전면적인 개고를 거쳤다. 핵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찬성파와 반대파의 팽팽한 대립, 은밀하게 퍼져 있는 사이비 종교집단, 의문의 죽음에 얽힌 과거의 비밀을 추적해나가는 주인공…… 근래 이렇게 거대한 스케일로 우리를 압도한 소설이 있었던가. 빼어난 미스터리 소설로도, 정치 스릴러로도 손색없는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과 광기, 불안과 고통을 파헤치는 심리소설이자 그럼에도 그 속에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의 절실함을 아름답게 그려낸 멜로소설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의 갈래를 한순간도 흩뜨리지 않으면서 끝까지 견고하고 정밀한 서사의 힘으로 독자를 몰입시키는 이 책은 분명 최근 한국소설이 이룬 보기 드문 성취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