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이것은 하루 1시간씩 하는 운동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운동을 하지 않는 나머지 23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고급 구두나 백을 원래 모양 그대로 예쁘게 오래 쓰려면 잘 보관하는 게 관건이다. 먼지를 털고, 심을 넣고, 딸려온 박스에 고이 담아두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몸을 어떻게 보관하고 있는가? 가방이나 구두보다 소중한 ‘나’를 담아 보관하는 고급스런 상자가 있는가?
매일 1시간씩 하는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고 몸을 싱싱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1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23시간은? 그 23시간 동안 어떻게 앉고, 서고, 걷느냐에 따라 우리의 몸느낌과 몸습관이 결정된다. 앉고 서고 걷는 ‘일상의 자세’는 나를 담아 보관하는 단단하고 고급스러운 상자인 셈이다.
19년째 여행하며 글을 쓰는 몸?마음 전문가이자, 힐링라이터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온 저자 곽세라는, 스스로를 ‘운동 반대 운동가’라고 부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10년 넘게 피트니스 강사로, 요가 선생님들을 가르치는 요가 마스터로, 태극권과 필라테스, 재즈댄스, 발레 등 몸을 움직여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뛰어들었던 그가 몸에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가르치기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실험의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내 몸에 새로운 언어를 가르치자
숨은 ‘목’이 드러나고, 굽은 ‘등’이 쫙 펴졌다!
머리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팔이 끝나는 곳은 어디인가? 냉장고 문을 여는 힘은 어디부터 나오는가? 저자는 지난 1년간 이러한 생소한 질문들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며 몸에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가르쳤다. 쉽게 말해 ‘아기처럼 앉고, 고양이처럼 걷는’ 법을 새롭게 배운 것이다.
그러자 숨어 있던 ‘목’이 드러났고 굽은 ‘등’이 쫙 펴졌다. 도장 찍듯 쿵쿵 걷는 게 아니라 노를 젓듯 유유하게 두 다리를 쓰게 되었고, 좌골로 의자에 앉으니 감추고 싶던 아랫배가 사라졌다. 곽세라 작가는 자신이 배운 ‘새로운 몸의 언어’를 ‘벌룬캣 테크닉’이라 이름 붙이고 이 책에서 자세히 소개했다. 이것은 몸과 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상으로 하는 전신성형이다.
몇 가지만 소개해보자면 이런 식이다. 혀끝으로 입천장의 가장 높은 곳을 ‘톡’ 쳐보라. 거기서부터 머리는 시작된다. 그 위치를 기억하면서 양쪽 귀를 실로 매달아 살포시 들어 올린다고 상상해보라. 납작하게 눌려 있던 목이 시원하게 뽑히고 두툼했던 승모근이 한결 줄어든다. 커피잔을 들어 올릴 때 날개뼈부터 팔을 뻗는다고 생각해보라. 팔 길이가 늘어나면서 어깨부터 손끝까지 우아한 아우라가 진동한다. 냉장고 문을 여는 힘은 손이 아니라 꼬리뼈에서 나오며, 꼬리뼈에 마음을 모으면 몸통의 코르셋이 좍 조여진다. 이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눈 뗄 수 없는 우아함을 가진 몇 안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에세이이면서 실용서이기도 한 이 책은,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독자들을 ‘상상 트레이닝’으로 이끈다. 그리하여 습관적으로 굳어진 움직임의 틀에서 벗어나도록,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자세를 자연스럽게 느끼는 몸의 착각으로부터 깨어나도록, 나이가 들면 몸이 삐걱거리게 되어 있다는 미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