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직전에 살고 있다 1
“저기, 어제 내가…….”
“됐어! 난 괜찮으니까 마음 쓸 거 없고 빨리 출근 준비나 해!”
“저기, 괜찮다니 뭐가?”
묵묵부답. 난 녀석의 목소리가 내 손을 떠난 지도 모르고 휴대폰을 부여잡고 있었다.
뭐야? 지 말만 하고 끊은 거야? 끊을 때 끊더라도 알려주고는 끊어야 할 거 아냐. 지는 괜찮고 난 마음 쓸 거 없는 일이란 게 뭔지, 아니 그 전에 연장자에게 야, 너, 하는 건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인지, 그나저나 부탁하지도 않은 모닝콜은 또 뭐야!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황당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그 황당함은 어제의 기억을 더듬게 만들었다. 그래, 어젯밤 술을 마신 것까진 알겠다. 내 앞에 놓였던 술병이 내 주량을 훨씬 넘어섰다는 것도 알겠다. 녀석이 취한 나를 업고 택시를 잡았다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그 다음 기억부턴 조금씩 휘청거리기 시작한다. 마치 중경삼림의 왕가위 감독이 내 기억을 연출하고 있기라도 하듯 화면이 흔들거린다. 날 바라보는 녀석의 눈빛이 흔들거리고, 택시기사아저씨의 무심한 뒤통수가 흔들거리고, 알코올로 범벅된 위장이 흔들거린다. 그러다 화면이 새까매진다. 이 바닥 용어로 페이드아웃.
하지만 단언컨대 그건 아니다. 연상녀와 연하남이 취중에 침대에서 함께 뒹굴다가 다음날 서로간의 반말이 아무렇지도 않은, 나이차를 초월한 연인이 되었더라, 는 뻔―한 스토리 말이다.
기억도 없다면서 그걸 어떻게 확신하느냐고? 자, 보시라!
- 본문 중에서
이삼순
방송대본도 쓰고 홍보대본도 쓰며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적지 않은 시간, 그것 때문인지 일이 지겨울 때가 많았다. 월급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며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라고 마음을 다잡는 것도 지쳐갈 무렵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 같다. 소설을 어떻게 쓸가 이렇게, 저렇게 궁리를 하다보니 소설을 쓰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물론 소설을 붙잡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통장잔고가 줄어드는 비극을 맛보기도 했지만 괜찮았다. 나 아닌 소설 속 주인공으로 살아가며 지겨움을 탈출하는 희열을 맛봤으니까! 그럼 앞으로는 소설만 쓰며 살아갈 거냐고? 아마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독자에게 묻고 싶은 “제 소설을 사랑해 주실 건가요?”의 답과 같지 않을까…….
부디 바란다. 내 첫 소설 <이별 직전에 살고 있다>로 인해 내가 행복했듯, 독자들도 그럴 수 있기를!!
모닝콜
팬티의 이유
함박눈
공무원? oh no!
기억 찾기
오 마이 갓
친구들
균열
크리스마스, 그 뒤
지나침을 지나치다
수명
침묵과 질투의 상관관계
사랑?
그녀가 돌아왔다!
낮술
타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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