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김지원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평론가 황도경의 말대로 “부모도, 고향도, 분명한 직업도 잃어버린 채 떠도는 뿌리 뽑힌 자들”이다. 작가가 이주한 뉴욕이라는 이방에서의 삶은 그녀의 작품들 속에 ‘뉴욕’이라는 특정한 지명을 넘어, 삶 자체의 근원적인 낯섦이라는 독특한 문학적 형질을 부여하고 있다. 그녀가 즐겨 다루는 ‘집’이라는 소재 또한 그녀의 작품 속에서 늘 아득한 거리감을 던져주는 ‘먼 집’의 이미지로 그려진다. ‘집’은 더 이상 쾌적하고 안락한 공간이 아니라 피로하고 혼돈한 상념의 공간에 머문다. 그리고 집 안의 그녀들은 고유한 개성과 정체성을 상실한 채 ‘여자’ 혹은 ‘아내’로만 명명될 뿐이며, 무의미한 일상 속에서 제자리를 맴도는 그녀들은 늘 일탈을 꿈꾸며 정처 없이 떠돈다. 작가는 그녀들에게 개성을 부여하지 않고 그런 여성이 처한 상황의 핵심만을 간결하고 경쾌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김지원
저자 김지원(1942~2013)은 경기도 덕소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63년《여원》에 단편소설「늪 주변」이 당선되었으며, 1975년 단편소설「사랑의 기쁨」과 「어떤 시작」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폭설』(1979),『겨울나무 사이』(1986),『알마덴』(1988),『돌아온 날개』(1993),『꽃철에 보내는 팩스』(2002) 등이 있고, 중편소설『잠과 꿈』(1987), 연작소설『물이 물속으로 흐르듯』(1991), 자매소설집『먼 집 먼 바다』(1977),『집?그 여자는 거기에 없다』(1996), 장편소설『모래시계』(1986),『꽃을 든 남자』(1989),『소금의 시간』(1996),『낭만의 집』(1998),『물빛 물소리』(2005) 등이 있다. 1997년 중편소설「사랑의 예감」으로 제21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1999년 마이클 뉴튼의『영혼들의 여행』을 공저로 번역했고, 2009년 아버지 김동환의 장편 서사시 [국경의 밤]을 각색해 동명의 시극(詩劇) 극본으로 발표했다. 2013년 1월 30일 향년 71세의 나이로 뉴욕 맨해튼에서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