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계몽주의 - (빛의 18세기, 과학혁명의 완성)
서구 과학의 역사에서 17세기는 빛나는 '과학혁명'의 시대로, 과학의 제도화·전문화가 이루어진 19세기는 '제2의 과학혁명'의 시대로 여겨지는데 반해 18세기는 지금까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과학과 계몽주의』는 18세기 과학사를 살펴본 거의 유일한 개설서로, 이 책은 계몽주의와 수학에 관한 서술, 그리고 실험에 기초하는 자연철학에 관한 서술로 이루어져 있다.
18세기 자연철학자들은 수학적 사유모형과 실험을 통해 자연세계를 설명하는 한편, 과학단체들을 결성하여 새로운 자연철학의 토대를 마련하고 탈마법화된 세계를 건설하려고 했다. 이러한 이성의 원리는 과학의 영역에 그치지 않고 사회·정치적인 영역, 인간의 자유의지, 신의 존재 문제까지 확장되어 사회 전반을 지배했다. 신의 계시가 아닌 인간의 이성과 경험으로 눈앞의 세계를 파악했던 자연철학자들은 이성을 자연에 부여된 질서로, 상식을 의미하는 분별력의 개념으로, 논리적으로 타당한 논증의 틀로 사용했다.
따라서 이 시대의 자연철학은 자연현상에 대한 예측으로 전개되며, 수학이 그러한 예측의 중심에 있게 된다. 또한 계몽주의 시대의 실험과학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확한 조건을 찾아냈으며, 이로써 우연적·우발적 사건에 불과햇던 자연현상은 필연적 인과의 연쇄속에서 '재현성'이라는 특징을 획득한다. 마지막으로 자연철학자들은 실험을 분류·축적하고 서로 공유하는 사회적 성격을 띄고, 이것은 과학을 여러 곳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계몽주의 성격과 그 토대를 이룬 자연철학을 역사적 맥락에서 폭넓게 조명한 이 책은 철학과 과학이 시대적으로 어떻게 결합했으며 그 결과는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세세하게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