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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드는 미국 싱크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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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드는 미국 싱크탱크

저자
한정원 외 13명 저
출판사
지식플랫폼
출판일
2018-08-23
등록일
2021-08-11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19MB
공급사
YES24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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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국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싱크탱크 연구원들과의 지적교류

미국 대선 결과를 언급하지 않고 글을 시작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인정하듯 ‘대이변’이 현실화됐다. 그 충격파는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를 강타했을 뿐 아니라, 미국 국내적으로는 국가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파장이 크다.
이번 국제정치외교 전문과정의 미국 현지 연수는 미국 제45대 대통령 선거를 10여 일 앞두고 클린턴과 트럼프, 두 후보가 사활을 건 마지막 선거전을 펼치는 그야말로 가장 뜨거운 시점에 미국 정치와 경제의 수도라 할 수 있는 워싱턴과 뉴욕에서 진행됐다.
2016년 10월 20일 연수단은 미국 국무부를 방문해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와 마주했다. 킹 특사는 본 주제인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기 전, 바로 전날 진행된 3차 대선후보 TV 토론회를 봤냐는 질문부터 던졌다. 킹 특사는 이번 선거가 기존 일반적인 대선과는 다른 양상이라며, 자신이 25년 간 의원 보좌관 생활도 했고 많은 대선을 봤지만 지금이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선거양상에 대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런데 이런 평가는 처음 듣는 게 아니었다. 연수단이 하루 전 한미경제연구소(KEI)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도널드 만줄루 소장 역시 이번 대선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며 “1800년대 이래 최악의 선거”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이전투구 양상으로 번진 선거운동에 대한 비판과, 특히 각종 혐오적 언사를 내뱉은 공화당 트럼프 후보에 대한 반감을 나타내는 동시에, 자신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민주주의 전통의 민낯을 동맹국 기자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내비친 것으로 필자는 이해했다.
TV만 틀면 정치 평론가는 물론 전투력이 충만한 양당 선거 캠페인 담당자와 지지자들이 나와 치열하게 토론하고 때론 목소리를 높여가며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흥미진진한 모습들도 이 때 아니면 못 볼 흥미진진한 구경거리였다.
이번 국제정치외교 전문과정의 커리큘럼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대선을 전후로 한 정책 변화 방향 탐색에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나흘 간 진행된 국내교육에서는 안보와 군사동맹, 경제외교 등에 대한 기본적이면서 포괄적인 배경 지식을 습득했다. 북핵 문제와 미일중 3국의 대 한반도 시각, 남중국해 갈등, 한미동맹, 사드배치, 세계 금융질서, 한미 FTA, 신자유주의, 위안부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주제가 광범위했다. 대학교수와 연구원, 변호사 등 최고 전문가들이 각자의 연구내용과 최근 현안을 집약적으로 설명해 주셨다. 방송기자연합회는 이념적으로 다양한 강사들을 초빙해 연수생들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배려했다.
열흘 동안 진행된 미국 현지 연수 기간에는 대통령 선거운동 이외에도 중요한 외교안보 관련 회의가 잇따라 개최됐다. 10월 19일 워싱턴에서는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2 2 회의)가 열렸고, 다음날인 20일에는 양국 국방장관이 참여하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가 열렸다. 외교·국방장관 회의에서 양국은 차관급이 참여하는 확장억제 전략협의체(EDSCG)를 출범하기로 합의했고,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는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 방안을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각 기관을 방문했을 때 좋은 질문 소재가 됐다. 2 2회의 다음날 국무부를 방문한 연수단은 윌 콥 국무부 한국팀장을 상대로 전날 합의한 확장억제 전략협의체의 구체적 운영방안에 대해 질문했다. 확장억제력 제공에 대한 불신으로 한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체 핵무장론과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한 미국 정부 당국자의 견해를 재차 확인할 수도 있었다.
10월 2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미국과 북한이 극비 접촉한 사실이 KBS 보도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압박 국면에서 양측 전현직 고위 당국자들의 만남은 비상한 관심을 끌었는데, 미국 측 참석자 중에 레온 시걸 사회과학연구위원회(SSRC)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이 포함돼 있었다. 때마침 연수단은 뉴욕에 있는 이 기관을 26일 방문해 시걸 국장을 만나기로 예정돼 있었다. 시걸 국장과의 대화는 생동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쏟아지는 질문에 시걸 국장은 북한 당국자들과의 대화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지만, 대북 제재 일변도 정책은 교착상태에 빠졌다며 협상의 필요성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역설했다.
이밖에도 연수단은 미국 외교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유수의 싱크탱크 연구원들과 활발한 지적 교류를 나눴다. 대표적인 보수 성향 연구기관인 헤리티지 재단에서 만난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평가는 물론 사드배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에 대한 심도 깊은 견해를 공유해 줬다.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 출신인 클링너 연구원은 새 대통령에게 한미동맹은 재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김정은을 만나더라도 북한의 행동이 변할 것이라 생각해선 안 된다는 점을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재단 창립자인 에드윈 퓰너 전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의 선임고문을 맡게 됐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스캇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국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집중했다. 이 협회 리처드 하스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외교정책협의회의 에반스 리비어는 국무부 출신으로 40여 년 간 북한 문제를 다뤄온 풍부한 경험을 전해줬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주도하고 있는 뉴욕의 미국유엔대표부, 45개국 언어로 매일 새로운 미국 소식을 전 세계에 전하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위성사진 분석으로 한국 언론에 자주 인용되는 38노스를 운영하는 존스홉킨스 대학의 한미연구소 방문도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미국 의회의 지한파 의원단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인 제리 코널리 하원의원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벤 카딘 의원실에서는 보좌진들로부터 미국 대선과 한반도 정책, 미국 외교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실무적이고도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연수는 미국 대선과 한미 외교안보장관 회의, 북미 접촉 등과 맞물린 시기적 절묘함과 방문기관 당국자와 연구원들의 최고 수준의 지적 향연으로 말 그대로 이론과 실전이 어우러진 살아있는 현장학습이 됐다고 감히 자부해 본다.

-유광석 단장/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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