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 걷기여행
돌담과 나무, 강과 바람이 만든 길 위에서 쉬다
경기불황을 계기로 화려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보다 좀 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단 여행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도 빠른 것보다는 느긋하고 여유 있게 살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슬로시티’는 이러한 트랜드와 잘 들어맞는다. 전통을 보존하고 지역민들이 중심이 되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느림의 철학'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지역을 의미하는 ‘슬로시티’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다방면의 검토 작업을 통해 지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완도군 청산면, 신안군 증도면,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차 장평면, 하동군 악양면을 비롯해 최근 전주와 예산, 남양주가 지정되었다. 이들 지역은 때 묻지 않은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이 있기에 여행자들의 발길을 더욱 붙잡는다. 그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넘치는 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대 갯벌염전이 펼쳐지는 신안군 증도면, 나지막한 지붕과 소담한 돌담길,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완도군 청산면,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장흥군 유치면, 유서 깊은 고택과 문화재,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는 담양군 창평면, 차와 문학, 도시사람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움이 있는 하동군 악양면,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전주와 예산, 남양주. 이곳에서는 자연과 하나 되어 마음의 여유도 찾고 차분히 거닐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몇 년에 걸쳐 ‘슬로시티’를 다녀온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슬로시티’를 알려주고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치유’와 ‘걷기’ 여행의 장을 마련할 수 있게 해 준다. 답답한 도심의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21세기형 ‘무릉도원’을 선사해 줄 것이다.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으로 떠나는 여행길에서는 어느 순간에 결국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된다. 빠르고 복잡하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한 공간에 머물다 보니 어느새 잊고 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슬로시티’로 떠나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단순히 여유롭게 여행을 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자연인으로서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걷고 싶을 때 걸으면 된다. 이곳에선 굳이 시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그저 흘러가는 바람에 몸을 싣고 느긋하게 ‘여유’를 만끽하라. 그 속에서 ‘나’를 만나고 ‘자연’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