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녀발랑기
커피는 종로 스타벅스, 배달음식은 순두부찌개, 아이돌은 샤이니의 민호. 변함없는 법칙이다. 익숙함에서 이상한 편안함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걷던 길에서 한 남자를 발견한다. 훤칠한 키, 훈훈한 외모, 깔끔한 옷차림.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의 뒤를 쫓는다. 결국 그는 놓쳤지만, 처음 가보는 카페에 도착한 자신을 발견한다. 낯선 남자가 늘 제자리만 맴돌던 저자를 새로운 장소로 옮겨다준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우연한 미행에서 시작된다. 잘생긴 남자는 물론, 폐지 줍는 할머니, 유흥가를 서성이는 꼬마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뒤를 쫓고 그들의 일상을 관찰한다.
저자는 낯선 이들의 일상을 통해 발견하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감각적인 문장으로 발산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 혼자 지내는 편안함과 견딜 수 없는 외로움, 부모에 대한 미안함과 철없는 원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십대 막바지의 방황, 깜짝 놀랄 만큼 솔직하고 발칙한 연애담 등이 현실 그대로 담겨 있다. 종로와 홍대, 부암동의 낯익은 골목을 배경으로 한 저자의 일상은 우리를 웃기기도 하고 마음 한 곳을 쓸쓸하게도 한다. 그 모습은 차마 얘기하지 못했던 우리의 모습과도 너무나도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