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적
“다른 이야기를 쓸 때도, 쉴 때도, 사람들을 만날 때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 이야기를 생각했다”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작가 박해울, 『기파』 이후 첫 장편소설장편소설 『기파』로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 박해울의 두 번째 장편소설 『세 개의 적』이 출간되었다. 2019년 『기파』 출간 이후 무려 6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이다.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도 늘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 이야기를 생각했”을 만큼 오랫동안 작가를 놓아주지 않은 이 소설은 작가에게 부채감으로 남아 있었다. 이에 대한 해답은 결국 “쓰는 것”뿐이었고, 그렇게 써 내려간 소설은 시간이 걸린 만큼 더욱 풍성하면서도 날카롭게 벼린 주제 의식으로 독자를 찾아왔다.‘동반 자살’이라 불리는 끔찍한 존속 살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서영하는 동생을 구하지 못하고 홀로 살아남는다. 그 사건 이후로 존재를 알게 된 삼촌 지제의 도움을 받아 성인이 된 그는 센타릭사의 로봇팀을 이끄는 부장이 되고, 죽지 않고 살았다면 동생의 현재였을 모습을 본떠 인간형 로봇 C9을 만든다. 하지만 C9은 시범 가동 중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살인 로봇’이라는 오명을 얻고 폐기될 위기에 처한다. 서영하는 그에 대한 책임감으로 C9을 비롯한 모든 로봇을 데리고 ‘차페크’로 향한다.이야기는 빈곤한 자와 부유한 자, 고용인과 피고용인, 본국인과 외지인 등 ‘우리’와 ‘우리 밖의 사람’들 사이의 경계를 들여다본다. 언뜻 이분법적으로 보이지만, 소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작가는 이 소설을 “발굴”하듯 써 내려갔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완벽하게 누군가를 밟고 서 있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보았다. 그렇기에 『세 개의 적』은 독자들에게 다양한 층위를 가진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