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 글과글사이 세계문학 영미시선집 시리즈 027 |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에게는 그림과 시가 하나였다.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짓는 데 있어서 윌리엄 블레이크가 시종일관 강조한 것은 이성의 억압적인 성격에 맞서는 상상력 혹은 내적 비전의 전복적이고 창조적인 힘이었다.
블레이크는 또한 매우 급진적인 사상가로서, 그의 시 세계는 빈번하게 헤겔의 정반합 변증법에 적용되고 또 설명된다. 가령, 그의 대표적인 두 시집 《순수의 노래》와 《경험의 노래》에는 제목이 똑같거나 유사한 내용의 작품들이 마치 거울을 마주 보고 있는 듯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블레이크 자신의 표현대로 서로 “변증법적 대립 또는 상반”(dialectical contraries)을 이룬다. ‘순수’와 ‘경험,’ 이 두 세계는 루소식의 순수한 자연과 타락한 문명세계, 기독교 신화를 적용하면, 인간의 타락 이전 세계와 그 후 세계의 대립이자 차이를 나타낸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미국혁명, 프랑스혁명, 산업혁명 같은 혁명의 시대를 살았던 시인으로서, 그의 작품들에서 크게 도드라지는 또 한 가지가 예언자, 선지자의 목소리다. 그는 당대의 역사, 사회, 문화예술, 정치 등의 제반 문제들에 자신의 예언적 전망들을 덧씌우고 그것을 ‘창조-타락-구원’으로 이어지는 기독교적 역사에 합치시킴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상징체계로 재창조한 예언자, 선지자 같은 시인이었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당대와 후대의 시인들에게 상상력의 표현으로서의 시, 급진적인 사상과 세계관, 시인-예언자로서의 전망 같은 위대한 유산을 전파한 낭만주의 문학의 선구자였다고 할 수 있다.
제27권은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시화집 《순수의 노래(SONGS OF INNOCENCE)》에 실린 19편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영어 원문, 블레이크의 삽화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윌리엄 블레이크
저자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는 1757년 11월 28일 런던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환영(幻影)을 보고 미래를 예언하는 비상한 아이였다. 네 살 때 “창문으로 머리를 들이민” 하느님을 보았고, 아홉 살 무렵에는 시골 길을 걷다가 “별처럼 반짝이는 날개의 천사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나무”를 보았고, 건초 만드는 농부들 사이로 걸어가는 천사들을 보았다고 주장하였다.
가난한 상인이었던 아버지(James Blake)는 그런 블레이크에게 거짓말한다며 야단을 쳤으나 또래의 아이들과 달라도 너무 다른 자식을 학교에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열 살의 블레이크는 겨우 읽고 쓰는 법을 터득한 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자신의 바람대로 미술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비싼 학비 때문에 그마저도 4년 만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 후에 한 판화가(James Basire, 1730-1802)의 도제로 들어간 블레이크는 7년간의 견습 과정을 거쳐 전문 판화가가 되었고, 1779년 스물두 살의 나이에 왕립 미술원에 입학하여 6년간 수학하였다.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진실과 미를 강조한 초대 왕립 미술원장 조슈아 레이놀즈 경(Sir Joshua Reynolds, 1723-1792)이 그의 스승이었다. 그러나 스승의 화법과 화풍에 반발하여 스승의 강론집 여백에다 “일반화는 바보천치나 하는 짓이고 특수화만이 탁월한 가치”라고 써넣었다는 윌리엄 블레이크―그는 스승이 지향한 루벤스 풍의 미완적인 양식보다는 미켈란젤로나 라파엘 풍의 고전적인 정밀성을 추구하였고, 스위스 태생의 또 다른 스승 존 헨리 퓨젤리(John Henry Fuseli, 1741-1825)의 자극과 격려를 받으며 자신만의 독특하고 환상적인 양식을 발전시켜 나갔다.
1782년 8월에 윌리엄 블레이크는 다섯 살 연하의 캐서린 바우처(Catherine Boucher)라는 여인과 결혼한다. 캐서린은 결혼서약서에 자신의 이름을 엑스(X)로 표기할 정도로 일자무식의 여인이었다. 그런 아내에게 읽기와 쓰기, 도법까지 가르치고 단련시켜 끝내 자신의 훌륭한 조수로 만들어 놓았다고 하니, 블레이크의 정성과 노력이 참으로 갸륵하다 아니할 수 없겠다. 마치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처럼, 알몸으로 정원을 거닐었다는 이 부부. 둘 사이에 자식은 없었지만, 블레이크는 임종 직전에 곁에서 울고 있는 아내에게 ‘케이트, 그대로 가만히 있어요. 나한테 당신은 언제나 천사였소. 당신의 초상화를 그려 드리리다’ 그러면서 아내의 초상화를 그려주었고(유실됨), 캐서린은 남한테 빌린 돈으로 남편의 장례식을 치른 후에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다가 생을 마감했다고 전해진다.
역자 : 김천봉
편역자 김천봉은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1969년), 안타깝게도, 몇 년 전에 폐교된 소안고등학교를 졸업하고(1988), 숭실대학교에서 영문학 학사(1994)와 석사학위를 받았으며(1996),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셸리 시의 생태학적 전망》이라는 논문으로 영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2005년). 인하대학교, 인천대학교, 아주대학교와 가천대학교에 출강하였고 지금은 주로 숭실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영문과에 출강하고 있다. 프리랜서 번역가로서 주로 영미 시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데, 그동안 《겨울이 오면 봄이 저 멀리 있을까?》, 《서정민요, 그리고 몇 편의 다른 시》, 19세기 영국 명시 시리즈 6권, 19세기 미국 명시 시리즈 7권, 20세기 영국 명시 시리즈 8권, 《이미지스트》와 《이미지스트 시인들》, 《왜, 누가 수많은 기적을 이루나?》, 《희망의 식탁은 행복밥상》, 《오직 앓는 가슴만이 불변의 예술작품을 마음에 품는다》, 《사랑도 가지가지》, 《외로운 마음밭에 꽃詩를》, 《쓸쓸한 마음밭에 꽃詩를》, 《허전한 마음밭에 꽃詩를》, 《19세기 영미名詩 120》, 《사랑에게 다 주어라》, 《봄여름가을겨울 바깥풍경마음풍경》, 《여름의 보들보들한 징후, 빛과 공기의 은밀한 정사》, 《슬픈 마음밭에 꽃詩를》, 《새벽처럼 차갑고 열정적인 詩》 등을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