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미국의 뉴햄프셔 주, 콩코드에 위치한 명문 사립고 세인트폴 스쿨은 오랫동안 부유층 자제들만이 다니는 배타적 영역이었다. 500명 남짓 되는 아이들이 2000에이커에 달하는 부지에 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100개 이상의 고딕 양식 건물들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는다. 이 학교의 연간 학비는 4만 달러, 학생 1인당 책정된 학교 예산은 8만 달러, 한 학생당 기부금은 100만 달러에 달한다. 가난한 파키스탄 이민자였지만 외과의사로 성공한 아버지 덕에 이 사립학교에서 3년을 보낼 수 있었던 저자는, 그러나 그 시간이 “행복하지만은 않았다”라고 고백한다. 졸업 당시 동문회장에 뽑힐 정도로 학교생활에는 잘 적응했지만, 실은 “엘리트 친구들 사이에서” 그는 내내 “불편”했다. 이런 “특권층들만의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한 그는 졸업 후 아이비리그로 직행한 동기들과 달리 펜실베이니아 주 작은 인문대 하버포드 칼리지를 선택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험은 그에게 지울 수 없는 의문을 남긴다.
“왜 누구는 이런 학교에 들어오는 게 당연한데, 누구는 죽도록 노력해 성취해야 하는 일이 되는가? 왜 어떤 애들은 학교생활이 너무 편하고 쉬운데, 어떤 애들에겐 악전고투해야 하는 일이 될까? 왜 이런 엘리트 학교의 대다수는 부잣집 애들인가? 이들은 어떻게 기존의 특권을 그대로 수호하면서도 능력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걸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그는 졸업 후 9년 만에, 이번엔 학생이 아니라 선생이자 연구자가 되어 세인트폴에 발을 딛는다. 『특권』은 한 사회학자가 자신의 모교 기숙학교로 돌아가 1년 365일, 24시간을 학생들과 함께 지내며 알게 된 우리 시대 새로운 청년 엘리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2011년 C.라이트 밀스 상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