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것은 나오미의 타락이자 동시에 나의 타락이다”자기 욕망에 충실한 신여성 ‘나오미’ 신드롬을 낳은 탐미주의 문학의 결정판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네 차례나 노벨문학상 후보에 지명된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1924년부터 이듬해까지 신문과 잡지를 통해 연재한 소설이다. 스물여덟의 독신 남성 가와이 조지가 열다섯 살 소녀 나오미와 동거하면서, 그녀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이상적인 여인으로 기르려다가, 도리어 자신을 가지고 노는 그녀에게 휘둘리며 헤어나오지 못하는 결혼생활을 그렸다. 주인공 나오미의 서양식 라이프스타일과 자기 욕망에 충실한 연애관이 1920년 중반 일본 젊은 층의 공감을 사면서 ‘나오미’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문학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탐미주의, 페티시즘, 관능주의, 여성 숭배, 예술지상주의, 악마주의, 에로티시즘이다. 『치인의 사랑』에서도 다니자키가 추구하는 문학적 경향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또 하나, 이 작품에서는 서구 문명에 대한 추종이 더해진다. 관능적이고 탐미적인 표현에, 다니자키의 서양 취미가 결합하여 “버터 냄새가 나는 감각”이라는 세간의 평을 받은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어릴 때부터 천재라 불리며 탁월한 언어 감각을 선보였던 다니자키는 일찍이 자신의 재능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학을 자신의 길로 정했다. 『치인의 사랑』은 다니자키가 오랜 기간의 슬럼프를 극복하고 자연주의 문학의 전성기였던 일본 문단에서 탐미주의 작가로 뿌리를 내리게 한 작품이다. 정교하고 아름다운 문장,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 직선적인 묘사 등은 독자들이 단숨에 작품을 읽어내려가게 한다.
저자소개
일본의 근·현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1886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메이지 말기부터 쇼와 중기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며 다방면에 걸쳐 문학적 역량을 과시한 작가로, 노벨 문학상 후보에 수차례 지명되는 등 일본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탐미주의적 색채를 드러내며 여성에 대한 에로티시즘, 마조히즘 등을 극도의 아름다운 문체로 탐구하였다. 한평생 작풍이나 제재, 문장, 표현 등을 실험하며 다채로운 변화를 추구하였고, 오늘날 미스터리, 서스펜스의 선구가 되는 작품이나 활극적 역사 소설, 구전, 설화 문학에 바탕을 둔 환상 소설, 그로테스크한 블랙 유머, 고전 문학 연구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제일 고등학교를 거쳐 도쿄 제국 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지만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퇴학을 당했다. 1910년 [신사조(新思潮)]를 재창간하여 「문신」, 「기린」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했고, 소설가 나가이 가후로부터 격찬을 받으며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하였다. 1915년 열 살 어린 이시카와 치요코와 결혼을 했는데, 시인인 친구 사토 하루오가 그의 부인과 사랑에 빠지자 아내를 양도하겠다는 합의문을 써 [아사히신문]에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문화 예술 운동에도 관심을 가진 그는 시나리오를 써 영화화하고 희곡 『오쿠니와 고헤이』를 발표한 뒤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또한 1924년 『치인의 사랑』을 신문에 연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검열로 중단되었다.
1942년에 그는 세 번째 부인이자 희구하던 여성인 마쓰코와 그 자매들을 모델로 『세설』을 쓰기 시작했다. 1943년 [중앙공론] 신년호와 4월호와 7월호에 연재되었던 『세설』은 7월호에도 실릴 예정이었으나 「시국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발표가 금지되었다가 전후에야 비로소 작품 전체가 발표되었고, 훗날 마이니치 출판문화상과 아사히 문화상을 받았다. 1949년에는 제8회 문화 훈장을 받았고 1941년 일본 예술원 회원, 1964년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문학예술 아카데미의 명예 회원에 뽑히기도 했다. 1958년 펄 벅에 의해 노벨 문학상 후보로 추천된 이래 매년 후보에 올랐으며 1965년에 80세의 나이로 신부전과 심부전으로 사망하였다.
주요작품으로는 『문신』, 『후미코의 발(富美子の足)』, 『치인의 사랑(痴人の愛)』, 『춘금초(春琴抄)』, 『미친 노인의 일기(?癲老人日記)』 등이 있으며,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 이야기』를 현대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사후 50년을 맞이한 2016년 저작권이 소멸되어 다수의 소설작품이 번역되었으나, 국내에는 다니자키의 극작가(희곡가)로서의 역량이 알려지지 않아 30여 편의 희곡 대부분이 미(未)번역 상태이다. 『문장의 희곡: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는 소설가로 데뷔하기 이전에 이미 희곡을 발표한 다니자키의 극작가로서의 숨겨진 일면을 소개하고, 1910~40년대 일본의 신극운동을 계기로 근대 초기 한일 양국의 소설가들의 희곡 창작과 레제드라마의 유행을 고찰한 연구의 성과물로 기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