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협주곡
전직 ‘시체배달부’ 현직 악덕 변호사의 나아가는 속죄!
멈춰 선 복수! 후퇴하는 정의!
『복수의 협주곡』은 2019년 출간한 『악덕의 윤무곡』의 뒤를 이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는 열네 살 때 다섯 살 소녀를 토막 살해한 전직 ‘시체 배달부’가 의료 소년원 안에서 죄의식을 배우고 고뇌와 갱생을 거쳐 ‘악덕 변호사’가 되어 속죄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시리즈는 2009년 48세의 나이에 비교적 늦게 데뷔한 나카야마 시치리의 대표 시리즈라고 할 정도로 현재까지 총 50만 부 이상의 판매 부수를 달성했으며 드라마로도 여러 번 제작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가 출간되기 시작한 이후, 시리즈의 신작이 어서 발간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팬들이 생길 정도다.
30년 전 여자아이를 끔찍하게 살해했던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 그리고 변호사 사무소 직원 구사카베 요코. 이 둘의 관계가 이 작품이 핵심적으로 조명하는 바다. 어느 날 그의 변호사 사무소에 8백 명이 넘는 사람들의 미코시바 레이지를 징계하라는 청구서가 도착한다. 변호사 사무소의 유일한 직원인 요코는 쏟아진 징계 청구서를 처리하는 도중,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다. 요코의 변호는 미코시바가 맡게 되고, 미코시바는 “자네가 살인을 저질렀든 저지르지 않았든 반드시 꺼낸다”라며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사건을 조사하는 중에 미코시바는 요코가 자신과 같은 지역 출신임을 알게 되고, 충격적인 과거의 사실과 비밀에 다가가게 된다. 자신은 요코에 대해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었던 걸까? 미코시바는 자신이 이제까지 요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돌고 도는 악연. 그리고 ‘복수’의 결말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는 현지에서 올 3월 출간된 『살육의 광시곡』으로 이어진다. 이 여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미코시바가 노인 요양 센터에서 9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최악의 피고를 변호한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미코시바는 또 어떤 여정을 걷고 고뇌하며 변할 것인가. 치열하게 속죄하는 미코시바 레이지의 여정을 독자 여러분께서도 함께해주시기를 바란다.
“자네가 살인을 저질렀든 저지르지 않았든
반드시 꺼낼 테니.”
나카야마 시치리는 현재 일본 추리소설계에서 가장 핫한 최고의 작가이다. 2009년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비교적 늦은 나이에 등단했다. 그 후 다양한 테마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는 집필 속도로 써냈으며, 각각의 작품마다 뛰어난 완성도와 놀라운 반전을 선보이며 짧은 기간에 일본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사로잡았다. 음악, 경찰, 의료 등 다양한 소재에 도전해 수많은 인기 시리즈를 가지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청소년 왕따 문제를 그만의 방식으로 심도 있게 다룬다.
그의 집필 활동은 놀라울 정도로 왕성하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하루에 평균 25매씩을 집필하고 보통 이틀에 하루는 마감일, 조금 여유가 있을 때에도 3일에 하루는 마감일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러한 나카야마 시치리의 집필 동기는 무엇일까? 그는 꼭 출판사에 이익을 가져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쓴다고 한다. 매년 신인 작가들이 배출되는데, 선배 작가들이 출판사에 이익을 창출하게 해줘야 그들이 책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든지 신인들은 그 분야의 보물과도 같은데, 그 보물도 경제적인 지주가 없으면 데뷔할 수 없다. 그러니 시치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즉 자신이 쓴 글이 출판사에 이익을 가져다줌으로써 같은 분야의 후배 작가들이 데뷔하는 데 보탬을 주는 것이 그의 집필 활동의 원동력이다. 그는 더 나아가 “출판사에 손해를 입히면 그만둬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작가로서의 그의 책임과 의무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더욱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이렇게 놀라운 집필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가독성, 즉 ‘리더빌리티’ 역시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비결에 대해서 시치리는 내용의 사건성과 스토리에 따라 완급을 조정한다고 한다. 가령 ‘!’의 수 등으로 컨트롤 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테미스의 검』에서는 느낌표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작품의 주제에 따라 ‘!’과 ‘?’의 개수를 정해 집필하는 방식이다. 작가로서의 직업적 사명, 책임, 의무는 물론 작품을 집필하는 나름의 기술까지 확보하고 있는 시치리의 탁월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시치리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조명하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이다. 『복수의 협주곡』에서도 이러한 그의 주특기가 발휘되는바, 그는 ‘이혼 후 300일 문제’를 다룬다. 이는 여성이 이혼 후 300일 안에 낳은 아이는 무조건 전남편과 낳은 아이로 추정하며 일본 내 무호적자들을 대거 발생시켰다. 작품에서는 요코의 과거와 관련해 이 부분이 등장한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법률이 우리나라에서도 무려 2015년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똑같이 유지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법률은 일본에서는 1898년 일본의 민법 제정 이래 ‘이혼 후 100일간 여성의 재혼 금지’ 규정과 함께 지금까지 이어져 왔으며 2024년 여름에야 철폐된다고 한다. 그 외에도 시치리는 익명성을 악용한 인터넷상에서의 각종 문제를 드러내며 선과 정의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