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살리고 싶어서
“살리려 했습니다. 내 앞에 온 그 누구라도.”환자들과 지독한 사랑에 빠져 있던 외상외과 의사의 기록병원 내에서도 죽음과 가장 가까운 곳, 죽음과 삶 사이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바닥을 가장 생생히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외상센터이다. 외상센터 의사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사망 선고를 내리기도 하고, 몇 번씩 목숨을 살려 내기도 한다. 병원에 가장 필요한 곳이지만 의대생이 가장 기피하는 외상센터. 하지만 그곳에는 지금까지 수많은 목숨을 살려 냈고, 앞으로도 살려 내겠다는 의사들이 싸우고 있다.단국대학교 권역외상센터 의사 허윤정은 메스를 들 때는 한없이 냉정하면서도 과감한 의사다. 메스 대신 펜을 들 때는 부드럽고 감성적 시선을 가진 작가이기도 하다. 비번이 거의 없는 팍팍한 근무를 제외한 시간, 그는 외상센터에서 만난 이들, 자신이 보내야만 했던 이들, 자신이 구한 이들에 대한 감상이 생생하게 느껴진다.사실 외상센터는 책이나 쓸 정도로 한가한 곳이 아니다. 사고가 끊이질 않고 인력은 부족하다. (…) 하지만 나는 알리기로 했다. 내 환자가 마지막 순간에 느꼈던 감정을, 그들의 인생을 모나게 했던 풍파에 대해서. 나 혼자 간직해도 그만이지만 더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생각했기에 책을 썼다. 조기에 마감돼 버린 내 환자의 삶이 세상을 이롭게 만들 특별한 흔적으로 남도록. - “프롤로그” 중에서드라마만큼의 낭만은 없어도 거룩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외상센터의 하루하루를 읽어 나가다 보면, 삶과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 삶과 재생의 숭고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진한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