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의 경제학
한정된 국방예산으로 어떻게 최선의 혹은 최적의 무기를 결정해야 할까?
〈군사경제학 3부작〉 완결판
최선의 혹은 최적의 무기 결정을 위한 경제성 분석서
무기는 전투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그래서 적절한 비용으로 우수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무기의 확보는 모든 국가의 관심사항이다. 무기 결정에서 경제성 고려는 본질적이다. 최신 무기체계를 획득하려면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게 얼마여야 적정할까다. 무조건 늘리면 국가가 지는 부담이 크다. 그 부담은 결국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다. 필요 이상의 군사비 지출은 국가 전체적으로나 국민 개개인의 입장으로 보나 피해야 할 사항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1,676조 원이다. 이를 2016년 추산 세계 인구 74억 명으로 나누면 매년 전 세계 인구가 각각 약 23만 원의 돈을 군사비로 쓰고 있는 셈이다. 1,676조 원이라는 전 세계 군사비를 국제통화기금이 2016년에 추산한 전 세계 국내총생산인 7경 5,213조 원으로 나누면 약 2.2퍼센트가 나온다. 전 세계 군사비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의 약 2.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군사비를 많이 쓰는 나라는 어디일까?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596조 원을 쓴 미국이다. 전 세계 군사비의 약 3분의 1을 미국 혼자서 쓰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 이어 군사비를 많이 지출하는 나라 순위를 살펴보면 2위 중국(215조 원), 3위 사우디아라비아(87.2조 원), 4위 러시아(66.4조 원), 5위 영국(55.5조 원), 6위 인도(51.3조 원), 7위 프랑스(50.9조 원), 8위 일본(40.9조 원), 9위 독일(39.4조 원), 10위 한국(36.4조 원) 순이다.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무기들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가격 때문이다. 2015년 미국의 국내총생산에 대한 군사비 비율은 3.2퍼센트로 세계 평균 2.2퍼센트보다 확실히 높다. 미 공군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은 대당 가격이 무려 2.1조 원이고, 전 세계 유일한 대양해군인 미 해군의 2016년 취역한 세계 최초 스텔스 구축함 줌왈트는 척당 가격이 4.4조 원이고, 기존 니미츠급을 대신해 2017년부터 취역하기 시작한 포드급 항공모함은 척당 가격이 개발비용을 포함해 무려 약 14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에 대한 군사비 비율이 꼭 어느 값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이는 각 나라의 군사적 소요와 재정적 부담 능력 등을 감안해 결정할 문제다. 그러나 유독 다른 나라들보다 국내총생산에 대한 군사비 비율이 높다면 그게 과연 지속 가능하냐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가가 지출하는 군사비와 국가 안보 사이의 관계는 생각보다 비선형적이다. 군사비가 많고 적음에 의존해 예측한 전쟁의 승패는 그다지 신뢰도가 높지 못하다. 국가가 군사비를 쓰는 이유는 전쟁 억제와 적의 공격 격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얼마를 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인 억제력을 갖췄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똑같은 10조 원이라는 돈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군대의 전투력은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다.
군사비에 대해 대부분의 국가들은 예산과 지출만 관리한다. 작년에 얼마를 썼으니까 금년에도 얼마를 써야 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무기는 장비로서 시간이 갈수록 노후화하고 또 테크놀로지 관점으로도 도태하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전력을 현대화하는 작업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일정 규모 지출을 당연시하는 태도는 주먹구구에 가깝다. 그렇다면 한정된 국방예산으로 어떻게 최선의 혹은 최적의 무기를 결정해야 할까?
역사와 테크놀로지, 그리고 경제에 관심이 많은 저자는 40년 넘게 군사와 전쟁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군사경제학 3부작〉 제1탄인 『전투의 경제학』, 제2탄인 『전쟁의 경제학』에 이어 마지막 완결판인 『무기의 경제학』을 내놓았다. 이 책은 한정된 국방예산으로 최선의 혹은 최적의 무기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경제성 분석 이론과 구체적 수치 이론, 그리고 역사적 사례들을 담고 있다. 자칫 무겁고 어려울 수 있는 군사·국방 분야의 무기 관련 주제를 역사와 테크놀로지, 경제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각에서 흥미진진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제1부에서는 적의 선제공격을 억제하고 격퇴하기를 바라는 국가와 국민, 돈을 벌고 싶은 방위산업과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 군부, 한정된 예산 대비 최상의 전투력을 원하는 전투원과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바라본 군사비와 방위산업을 살펴보고, 제2부에서는 무기 성능에 대한 평가 항목이 하나인 경우 비용 대비 이득이나 효과를 평가하는 경제성 분석 이론을 설명하고 미국-이라크 전쟁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비대칭전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높아 군사적 약자의 필살기로 급부상한 급조폭발물 혹은 사제폭탄의 역사와 경제성 등을 살펴본다. 제3부에서는 무기 성능에 대한 평가 항목이 여럿인 경우 여러 가치 기준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벡터 최적화 이론과 최후의 전장 우주에서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 등을 설명하고, 제4부에서는 무기의 비용과 이익이 불확실할 경우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가치를 감안하는 실물옵션이론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소개한다. 마지막 제5부에서는 모든 경제성 기준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뇌물을 주제로 무기회사와 무기중개상의 파란만장한 초창기 역사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무기 도입 사례를 제시하면서 뇌물과 부패에 대한 경제학적 이론 등을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