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이 뇌를 바꾼다
“명상이 치료가 된 시대”
특정 종교의 수행이 아닌 심리 치유의 수단이 된 명상
구글,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와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마음챙김 명상을 휴식 프로그램으로 도입했다는 건 이제 놀라운 소식도 아니다.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명상을 하며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창의적인 생각과 에너지를 얻었다고 말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서구에서 소위 엘리트로 불리는 이들이 불교의 수행법에서 유래한 명상에 관심을 가지고, 수련을 한다는 건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명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명상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명상을 하는 이유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이들에게 있어 명상이란 종교적 수행이 아닌 스트레스와 같은 마음 치유의 수단 혹은 휴식법의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마음챙김을 비롯한 명상이 종교적 수행이 아닌 심리 치유 수단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초기불교의 수행법에서 종교성은 배제하고 수련 방법을 표준화 시킨 마음챙김 명상이 임상에 도입된 것은 1980년으로, 이 당시만 하더라도 마음챙김 명상이 심리적, 의학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연구, 발표된 결과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러나 2015년 10월 발간된 미국의 심리학회지 《아메리칸 사이콜로지스트》에 실린 “마음챙김이 치료가 된 시대”라는 제목의 특집 논문을 보면, 2014년 한 해 동안에만 마음챙김 명상을 주제로 한 논문만 773편이 출간되었다고 밝혔다. 불과 30여 년 사이에 마음챙김 명상의 심리 치유 효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는 뇌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장비가 개발되면서 명상이 뇌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행복해지려면 뇌는 바꿔야 한다.”
괴로움을 만들어 내는 뇌를 바꾸는 해결책, 명상
우리 뇌가 오로지 ‘생존’에 온 정신을 쏟고 있는 뇌는 원시 시대부터 맹수의 습격이나 적의 위협, 기후 변화와 같은 급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무엇이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식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는 낙관적인 상황보다 비관적인 상황부터 떠올리고는 끊임없이 걱정하거나 불안해하거나, 우울함에 빠진다.
이렇게 우리 뇌는 끊임없이 ‘괴로움’을 만들어 낸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뇌의 성향은 우리가 행복을 느끼기보다는 끊임없이 불안, 우울, 걱정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은 우리를 행복할 수 없게 한다. 그래서 행복해지려면 뇌가 가진 결점을 어떻게 해서든 해결할 수밖에 없다.
뇌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장비가 개발된 이후 명상 수행을 한 티베트 승려들의 뇌를 관찰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우측 전전두엽의 활동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는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들의 뇌에서는 좌측 전전두엽의 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것, 그리고 강력하고 침투력이 강한 ‘감마파’라는 뇌파가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좌측 전전두엽의 활동이 더 활발하고 감마파가 출현할 때는 정서적으로 유쾌하고,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기분이 들 뿐만 아니라 주의 집중이 훨씬 수월하고 연민과 자비심이 나타난다. 즉 명상을 하면 뇌가 변화하면서 부정적인 마음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산만한 마음이 집중하는 마음으로, 이기적인 마음이 이타적인 마음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 뇌가 어떤 식으로 작용하여 우울이나 걱정, 불안, 적대감과 같은 감정을 만들어 내는지를 살피고 명상이 뇌가 가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심리학과 신경과학, 심지어 의학 분야에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알아보았다. 그래서 독자들이 ‘왜 명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더불어 자애 명상, 호흡 명상, 만트라 명상, 앉기 명상, 마음챙김 명상 등 여러 가지 명상법을 실천해 볼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과 명상 유도문을 함께 실었다.
K-MBSR 프로그램의 창시자
장현갑 교수가 소개하는 명상 수행
한국 심리학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저자 장현갑 교수는 MBSR(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의 창시자인 존 카밧진 박사의 책 『총체적 재앙의 삶(Full Catastrophe Living)』을 김교헌 교수와 함께 번역하여 『명상과 자기치유』란 제목으로 출판하면서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MBSR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한 인연이 있다. 이후 MBSR 프로그램에 우리나라 전통 수행법인 호흡과 만트라 명상을 접목하여 한국화한 K-MBSR 프로그램을 개발, 발표하여 국내에서도 명상 치료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는데, 이 프로그램은 현재 국내 병원의 ‘통합의학과’나 사단법인 한국명상학회의 명상 치유 전문가들이 활용하는 공식 프로그램이다.
이 책에는 뇌과학을 전공한 심리학자이면서 명상 수련자인 저자가 수십 년간 명상과 뇌의 관계에 대해 가졌던 관심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단순히 명상의 효과나 대략적인 방법만 소개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법과 함께 명상 유도문, 그리고 명상을 할 때 주의해야 할 내용 같은 것이 세세하게 소개되어 있는 것이 이런 이유이다. 그래서 명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명상을 실천해 보고 싶은 사람, 심리 치료에 관심을 가진 사람까지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