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좀비
“나는 코리안 차이니즈 아메리칸입니다”
망명 작가 슌하오 리우, 중심부 세계의 민낯을 그려내다
뉴욕 한복판에서 좀비처럼 살아가는 그들 혹은 우리의 이야기
생의 본능과 에로티시즘에 관한 자화상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재미교포 작가 슌하오 리우의 장편소설이다. 중국에서 박해받고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인 내가 세계 문화의 중심지이자 본능이 만개한 도시 뉴욕에서의 삶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뉴욕의 중심인 타임스퀘어와 맨해튼, 센트럴파크를 지나 뒷골목 이민자 사회와 영주권을 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난민들의 삶을 배경으로 성과 욕망, 좀비 등의 키워드를 통해 인간의 내밀한 감정과 인간성에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허구와 사실이 교묘하게 교차하면서 생생한 질감의 현장을 그려나가며 인물들을 더욱 입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느끼게 한다.
슌하오 리우는 리얼리티에 기반을 둔 스토리텔링으로, 삶의 모든 순간을 소설화하는 서사 구성 능력이 뛰어난 작가로 평가받는다. 나(리우)와 세 여자(루시, 채희, 샹샹)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욕망을 구체화하거나 성취하거나 전복시키기 위해 온힘을 다한다. 욕망은 좀비처럼 스스로를 물어뜯고 타인을 물어뜯으며 끝없이 순환한다. 모두에게 마치 운명처럼 좀비가 찾아오는 것이다. 누군가를 공격하면서 억눌렸던 욕구를 터뜨릴 수 있기에, 또 순간의 쾌락과 찰나의 정점을 성취할 수 있기에 감염은 계속된다. 이처럼 모두의 현실은 불안하고 고단하며 외롭다. 하지만 욕망과 불완전함 너머의 세계를 꿈꾸며 나아간다.
이 작품은 ‘에로티시즘을 통한 좀비의 사랑과 죽음의 변주곡’이기도 하고, ‘인간의 구원과 진짜 사랑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며, ‘내 안의 천사와 야수가 벌이는 싸움의 기록’이기도 하다. ‘좀비’라는 키워드는 우리의 감정과 욕망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이 작품은 뉴욕의 뒷골목에서 또 뒷골목으로 들어간 비주류 이민자 사회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뉴욕 전체,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도 벌어지는 생의 본능과 에로티시즘에 관한 우리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