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들
기존 SF팬들은 물론 새롭게 SF장르를 읽어보고자 하는 독자를 위한 그래비티북스 GF;Gravity Fiction 시리즈. 이번 GF6호는 조나단 작가의 첫 장편SF 『사냥꾼들』이다. 『사냥꾼들』은 종말 이후 세상을 배경으로 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식인종인 돌쟁이들에게 납치된 권 씨 영감의 딸을 찾아 길을 나서는 다섯 사냥꾼들의 종횡무진 모험담이 짜릿하게 펼쳐진다.
광화문, 인천 제물포 등 현재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의 대재앙 이후 모습이 실감나게 묘사되어 포스트 아포칼립스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낯설지가 않다. 동시에, 사냥꾼들의 과거를 통해 세상이 멸종하게 된 과정을 그림으로써 문명과 인간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도 빼놓지 않고 경쾌하게 제시한다.
특히 『사냥꾼들』은 GF5호 『지상의 여자들』과 함께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최하는 2018 과학스토리 기반 과학융합 콘텐츠 창작 프로젝트 사업 지원을 받은 작품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작가 조나단은 과학웹진 〈크로스로드〉에 『사고』, 『여자를 믿지 마라』, 『다윈과 나』, 『신이 태어났다』 등 다수의 SF 단편을 발표했으며, 웹소설 사이트 〈브릿G〉에서 SF와 스릴러, 추리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장르 소설뿐만 아니라 장르시나리오와 장르대본도 쓰며 분야의 경계 없이 글을 창작하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문체, 작가 조나단만이 가지고 있는 깨알 같은 위트가 적절히 녹아든 『사냥꾼들』은 잠들기 전 침대에서, 또는 심심한 주말 집이나 카페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킬링타임용으로 편하게 읽기 좋은 작품이다. 특히 사냥꾼들이 권 씨 영감의 진짜배기 딸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하나씩 드러나는 비밀은, 손에서 책을 놓지 못 하게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7일.
돌쟁이들에게 납치된 막내딸을 찾아야만 한다.
대재앙 이후, 불빛이 꺼져버린 도시엔 점점 생명의 빛이 꺼져가고 남겨진 자들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초짜 사냥꾼 ‘둥이‘는 베테랑 사냥꾼들과 함께 진짜배기인 권 씨 영감의 막내딸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데, 그 여정이 만만치가 않다. 바람처럼 소문을 전하는 다섯 사냥꾼들의 좌충우돌 짜릿한 모험담이 지금부터 생생하게 펼쳐진다.
대재앙이 휩쓸고 지나간 서울의 도시. 네온사인으로 휘황찬란했던 과거 도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제대로 된 생명조차 태어나지 않는 시대. 초짜 사냥꾼 ‘둥이‘는 일족을 벗어나 서울로 가서 진짜배기를 찾으라는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시작된 어느 날, 진정한 사냥꾼이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과감히 일족을 떠나 서울로 향한다.
할아버지는 대재앙 이전과 이후를 모두 겪은 이였다. 당시는 재앙이 한창 진행 중이었고 사람들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었다. 모두가 종말을 이야기했다. 늘어난 돌쟁이는 사람들을 물어뜯고 폭도들은 돌쟁이와 사람 양쪽을 공격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떠났다고 한다. 가진 이와 배운 이들. 그들은 여러 척의 커다란 배를 타고 떠났고 못 가진 자와 못 배운 자들만 남았다. 남겨진 자들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다. (본문 중)
광화문에서 만난 권 씨 영감은 유능한 사냥꾼들을 불러 놓고 심각하면서도 제안 하나를 한다. 멀쩡한 사람을 뜯어먹는 식인종 돌쟁이들의 습격을 피해 진짜배기인 막내딸을 찾아오면 금 세 돈과 함께 딸과 허니문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 ‘둥이‘는 베테랑 사냥꾼들과 함께 권 씨 영감의 의뢰를 받아들이고 막내딸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놈들은 가지 않았다.
내가 있는 차량 지붕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어둠 속에서 들리는 소리로, 놈들이 교각 주위를 서성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문득 놈들의 소리가 공단에서 들은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그놈들인 걸까? 여기까지 사냥꾼들을 쫓아온 거야? 확신할 수 없지만 의심은 두려움으로 커졌다. 심장이 벌렁거리며 뛰었다. 겁먹지 마, 놈들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없어. 그래도 몸이 긴장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본문 중)
"그래, 인간이 문명을 건설했지. 오랜 시간에 걸쳐, 이 허망한 문명을…… 사람들은 그것이 언제나 계속될 줄 알았단다. 물론 처음에는 계속 발전하고 확장했지. 더는 확장할 수 없게 되자 내면으로 들어갔고. 네트와 게놈, AI 같은 것들 말이야. 그게 뭐더라, 그래 생명공학, 그거면 인간 자체의 비밀을 풀고 한 차원 더 진화할 거라 믿었어. 어떤 식인고 하니……." (본문 중)
권 씨 영감의 막내딸을 찾기 위해 떠나던 길에서 만나게 된 바우사냥꾼. 그는 막내딸을 ‘천사들의 섬‘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이 세계에서 무작정 천사들의 섬에 들어가는 건 목숨을 걸어야하는 위험천만한 일. 천사들 중에도 돌쟁이가 있다는 소문이 무성한데.. 과연 사냥꾼들은 천사들의 섬에 들어가 막내딸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시커먼 갯벌 너머에 작은 섬이 있고 그 너머에 더 큰 섬이 있었다. 그 섬과 연결된 다리를 한동안 감상했는데, 바다 위에서 유연하게 뻗은 아주 긴 다리였다. 제대로 서 있었더라면 꽤나 장관일 것 같았다. 그러나 다리는 섬 쪽 부근에서 끊어졌고, 무너진 교각 덩어리가 바닷속에서 비죽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보기 흉했다. 위쪽에도 다리가 있었는데, 바다 위의 다리만큼은 아니지만 역시나 큰 다리였다. 섬 쪽 다리 끝에 초소 같은 게 보였고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너무 멀어 사람인지 돌쟁이인지는 분간이 어려웠다.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