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35)
위기는 자본주의의 정상적 메커니즘의 일부다
왜 자본주의는 유럽에서 시작되었는가?
자본주의 자체의 대안은 있는가?
복잡다단한 자본주의 역사를 명쾌하게 설명
“보석 같은 책이다. 복잡다단한 자본주의를 명쾌하게 설명해줄 길잡이를 원한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라. 그저 얇은 안내서가 아니라 탁월한 안내서다.”
_데이비드 코츠(David Coates), 웨이크포레스트대학(노스캐롤라이나) 교수
자본주의에 대한 그릇된 통념과 오해를 바로잡는다
자본주의란 무엇일까? 자본주의는 어디서나 똑같을까? 자본주의에 미래가 있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자본주의의 기원부터 오늘날의 신자유주의 단계까지 자본주의의 역사와 발전에 대해 논한다. 자본주의의 여러 형태들을 살펴보고, 오늘날 자본주의가 과연 지구화되었는지 탐구한다. 또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광기에서 최근의 경제위기에 이르는 자본주의의 위기 경향을 검토하고,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떨지, 현실적 대안이 있을지 논한다. 이번 전면개정판에서 저자는 특히 자본주의에 대한 그릇된 통념과 오해를 바로잡는다. 투기를 비생산적인 활동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저자는 투기가 가격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해 보험을 드는 방법이기도 하며,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에서 자라나는 불가피한 파생물이라고 말한다. 또 ‘자본주의의 지구화’라는 표현이 통화의 이동과 대외 투자가 선진 사회들에 편중되는 현실을 가린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는 모든 곳에 도달하지만 아주 불균등한 방식으로 도달하며, 통화와 투자의 불균등한 흐름을 ‘전 지구적 확산’이라고 얼버무리는 것은 실상 호도라는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파생상품, 선물 투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레버리지 투자 등 다소 낯설게 여겨질 수 있는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위기는 자본주의의 정상적인 특징 중 하나다. 내부에서 작동하는 역동적이고 누적적인 메커니즘이 너무 많은 탓에 자본주의는 장기간의 안정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산과 소비의 분리, 생산자들 간 경쟁, 자본과 노동의 갈등, 투기 버블을 부풀리다가 터뜨리는 금융 메커니즘, 자산 갈아타기 등은 모두 애초부터 자본주의의 특징이었던 불안정성의 원천이며 앞으로도 의심할 바 없이 그러할 것이다.”
자본주의는 생산 자금이 투자 방식으로 조달되면서 등장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은 자본주의를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환경으로 여기기 쉽다. 그렇지만 자본주의는 적어도 500년 이상 진화해온 경제체제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어떻게 지금 여기까지 이르렀는지를 이해하려면 현재를 역사적 맥락에 집어넣어 상대화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역사적 관점에서 쓰였다. 통시적 관점에서 저자는 상업자본주의, 산업자본주의, 관리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로 이어지는 자본주의의 역사적 흐름과 변천상을 따라간다. 그리고 공시적 관점에서 자본주의가 한 시대에도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 자본주의의 발산 추세가 수렴 추세를 얼마간 상쇄한다는 것을 적절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시대별 모델은 달라도 모두 한 가지 본질적인 공통점, 즉 이윤을 내기 위한 자본 투자를 포함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은 사실상 모든 경제 활동의 동인이 자본을 투자해 이윤을 얻는 기회라는 것, 그리고 모든 종류의 자산을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를 수립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 전체가 자본 투자에 의존하며, 거래 자금만이 아니라 생산 자금도 투자를 통해 마련된다. 그리고 시장이 모든 재화를 구하고 모든 경제 활동을 중재하는 유일한 수단이 된다. “자본이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는 돈이다. 더 나아가 자본은 투자 가능한 돈, 또는 투자하기 위해 쉽게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모든 자산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쓰인다. (…) 재산을 자본으로 바꾸려면 그 재산의 소유권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어야 하고, 재산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하며,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어야 하고, 재산을 거래할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
책 속으로
시간은 전장이 되었으며, 일부 파렴치한 고용주들은 시곗바늘을 오전에는 앞으로 돌려놓고 오후에는 뒤로 돌려놓았다. 노동자들한테서 시계를 빼앗아 고용주의 시간 통제에 도전하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의미심장하게도 시계를 지니는 관행은 산업혁명과 같은 시기에 퍼져나갔으며, 18세기 말에 정부는 괘종시계와 회중시계에 세금을 부과하려 했다. (18쪽)
엄밀한 의미의 자본주의에서는 경제 전체가 자본 투자에 의존하게 되며, 이런 일은 거래 자금만이 아니라 생산 자금 역시 투자를 통해 마련될 때 일어난다. (27쪽)
생산은 시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산자들과 영주의 소비를 위해 이루어졌으며, 영주는 경제적 강압보다 물리적 강압을 통해 생산자들로부터 잉여물을 짜냈다. 농업노동이 토지에 얽매여 있었기 때문에 ‘자유로운’ 임금노동은 없었다. 이런 봉건 사회가 어떻게 자본주의를 낳을 수 있었을까? 봉건 사회는 비록 반자본주의적 보수주의의 저장고로 여겨지기는 했지만 여러 면에서 유연하고 역동적이었다. 시장과 임금노동 같은 자본주의의 핵심 특징들은 봉건 사회 내부에서 출현할 수 있었다. (57쪽)
베버의 요지는 개신교가 자본주의를 불러왔다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일군의 이념을 사람들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60쪽)
유럽에 단일하고 강압적이고 사회를 완전히 지배하는 엘리트층이 없었다는 사실은 앞서 말한 여러 설명을 하나로 묶는 공통 요인이다. 로마 이후 유럽의 특징은 정치적 파편화, 왕조 간 경쟁, 도시의 자율성, 그리고 통치자와 피치자의 지속적인 투쟁이었다. 분명 통치자와의 연계를 통해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유럽에서 국가들은 불안정했고, 통치자들은 신뢰하지 못할 부류였으며, 강압은 저항에 부딪혔다. 이런 환경에서 경제활동은 부를 얻고 늘리고 유지하는 더욱 매력적인 방법이 될 수 있었다. (63∼64쪽)
사실 시장이 지배한다는 이전 단계의 관념 전체가 일종의 신화였다. 일찍이 무정부적 자본주의 기간에도 자본주의가 기능할 수 있도록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 기능을 국가가 수행했기 때문이다. 재시장화된 자본주의라는 최근 단계의 특징은 국가 규제가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것으로, 일부 영역에서는 관리자본주의 시절보다 규제가 더 확대되었다. (91쪽)
자본주의는 가장 저렴한 노동력을 얻기 위해 가부장제와 결합한다. 여성은 보통 남성보다 임금을 적게 받고, 남성의 통제 아래 있으며, 노동력 수요가 줄어들면 가정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임시직으로 고용하기 때문이다. (13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