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섬 맛 기행
남도 섬 전역을 발로 뛰며 발굴한 토속음식 34가지
◎ 도서 소개
우리 해산물 음식의 바이블!
수년 간의 취재, 구술, 시연으로 지켜낸 끈질긴 기록!
섬에는 우리 밥상에서 사라진 고급스러운 토속음식의 원형이 남아 있다. 여전히 식생활에서 전승되는 음식도 있고 기억으로만 남은 음식도 있다.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은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섬이 많다. 더군다나 외래문화의 유입으로 섬에서도 토속음식은 점차 소멸 중이고 뭍의 음식과 차별성이 없어지고 있다. 강제윤 시인은 더 늦기 전에 남아 있는 레시피라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수년 간의 끈질긴 취재를 통해 전라도 섬의 보석 같은 34가지 레시피를 발굴해냈다.
전복포, 성게알찜, 꽃게초회, 마른복어곰국, 백년손님밥상, 피굴, 냉연포탕, 시금치꽃동회무침, 산도랏건민어탕…. 이토록 화려하고 품격 있는 섬 음식들은 의외로 누구나 따라 하기 어렵지 않은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일상에서 먹던 음식들이기 때문이다. 이 토속음식들이야말로 우리 음식문화의 품격을 높이는 것은 물론, 섬의 미래가치를 살릴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음식으로 읽는 한국의 섬 문화사
우리나라에서 당구와 테니스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 여수 거문도
포트 해밀턴(Port Hamilton)은 영국이 부르던 여수 거문도의 옛 이름이다. 1885년 4월 15일 영국 함대가 조선의 섬 거문도를 점령했다. 2년 가까이 거문도에 주둔하던 영국군은 이때 테니스장과 당구장 등의 시설을 만들었고, 이 땅에서 당구와 테니스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 바로 거문도가 되었다. 18세기 말 무역선이 표류해 오키나와, 필리핀, 중국 등을 떠돌다 조선으로 송환됐던 풍운아 문순득은 우이도 출신 홍어장수였다. 태도 서바다에서 홍어를 사서 영산포로 돌아가던 길에 난파를 당한 문순득 같은 홍어장수들이 삭힌 홍어를 만들어낸 원조다. 이처럼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한 레시피가 아니다. 음식으로 이야기하는 섬의 역사이며, 흥미진진한 문화사이다.
◎ 추천사
그 섬에 가고 싶다, 그 섬만의 음식을 맛보기 위해
강제윤 시인과 함께 종종 섬을 여행하며, 섬에서만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위로를 받았다. 섬사람들과 어울려 섬의 음식문화를 즐기는 것은 섬으로 가는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그중에서도 강제윤 시인과 함께 한 밥상들은 일상에서도 가끔 그립다. 장도 피굴의 그 찰진 식감과 귀한 대접을 받는 호사를 누리게 해준 안도 백년손님밥상을 잊을 수가 없다. 섬이 그리울 때마다 이 책을 펼친다면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바다의 맛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어서 또 이 책을 들고 ‘그 섬에 가고 싶다’. -류승룡(영화배우)
이 책의 저자인 강제윤은 뚝심이 있다. 어지간해서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그가 섬의 음식을 책으로 냈다. 6년 전에 나 혼자 육지에서 한참 떨어진 섬에 배를 대고 섬 음식을 찾았다. 섬 음식은 없었다. 육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조미료로 맛을 통일시킨 그런 음식밖에 없었다. 그때의 실망감을 만회할 길이 막연했다. 강제윤은 섬의 토속음식을 용케도 뒤져서 찾아냈다. 강제윤이니까 할 수 있는 작업이다. 나한테는 그의 뒤를 밟아 섬 음식을 확인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아직 남아있는 섬 생활의 흔적들을 음식 투정 안 하는 친구 2명쯤과 더불어 들추어 봐야겠다. 이런 목표를 가진 70살이 넘은 영감이 몇이나 있겠는가. 흥분된다. -허영만(만화가)
◎ 책 속에서
하의도 사람들이 먹는 연포탕은 우리가 익히 아는 그런 뜨거운 연포탕이 아니다. 냉연포탕이다. 차가운 국물에 삶은 낙지와 채소를 곁들인 요리다. 낙지의 살은 쫄깃하고 국물은 고소하고 감미롭다. 여름에만 냉연포탕을 먹는 것이 아니다. 하의도 사람들에게 연포탕은 언제나 냉연포탕이다. 인근의 신의도, 장산도 역시 같다. 겨울에는 조금 따뜻한 국물로 낼 뿐이다.
- ‘하의도 낙지냉연포탕’ 중에서
지금이야 양식 때문에 흔한 것이 전복이지만 과거에는 보길도에서도 귀한 것이 전복이었다. 더구나 전복포는 아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전복은 내장을 따로 떼어낸 뒤 소금 간질을 해서 이물질을 깨끗이 씻어낸다. 간질해 삶은 것들은 변질이 없다. 잘 씻은 전복을 미리 끓는 물에 데친다. 색이 노랗게 변할 때쯤 건져낸다. 약 5분 정도 익힌다. 전복은 볕에 말리면 안 된다. 그늘과 바람에 이틀 정도 말리면 전복포가 완성된다. 전복이나 소라 또한 홍합처럼 5개씩 꼬챙이에 끼워서 말리는데 이를 오가재비라 한다. 오가재비를 하는 이유는 별다른 이유는 없다. 5개씩 끼우는 것이 관리하기 쉬워 서 생긴 저장 방법이다. 전복 오가재비 혹은 전복포는 최고의 술안 주였지만 지역 유지들이나 주문해 먹던 음식이다. 아니면 귀한 손님 선물용으로 주문했다. 전복의 영양분이 한껏 농축된 전복포의 맛은 담백하면서도 고소하다. 술꾼들에게 최고의 술안주인 동시에 최상의 보약이다.
- ‘보길도 전복포’ 중에서
2018년까지 전남 보성군의 섬 장도에는 소가 딱 한 마리만 살았다. 팔순의 노인과 20년을 동고동락해 온 일소였다. 노인의 밭은 장도에 딸린 작은 무인도 목섬에 있는데 이 섬에는 경운기가 들어갈 수 없으니 소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목섬에서 노인은 소와 함께 밭을 갈아 마늘과 고구마, 땅콩 농사를 지었다. 암소인데 그 와중에도 1년에 한 번꼴로 새끼를 배어 20마리나 되는 송아지까지 낳아줬다. 고마운 마음에 노인은 소를 죽을 때까지 팔지 않을 생각이라 했다. 소한테 이름이 있냐고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
“그냥 소지, 소.”
소의 이름은 그냥 소였다. 소는 노인이 저를 못 본 채 지나가 버리면 소리 내어 운다고 했다.
- ‘장도 피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