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천천히 페미니스트 되기
지금 내 삶에서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은!
-페미니즘 공부와 연대를 통해 온전한 자신을 되찾은 30대 페미니스트의 성찰의 기록
아홉 살의 어느 날, 저자는 낯선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엉엉 울면서 돌아온 그녀에게 엄마와 할머니는 함께 공분하고 위로하는 대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황망한 주문을 한다. 그리고 그 일은 그녀의 유년기와 학창시절 내내 트라우마로 남았다. 권위적인 아버지가 가족 구성원의 삶을 완전히 지배하고 남존여비의 가치관에 따라 모든 관심과 지원은 남동생에게만 집중되는 가정에서 딸로 자랐다. 이해할 수 없고 부조리했지만, 주변이 온통 그런 세상이었으므로 세상보다는 자신의 탓인 줄 알고 살아왔다. 다만, 그녀는 아버지와 닮지 않은 남자를 만나 결혼했고, 아버지가 기대치 않은 공부를 하고 프리랜서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미투운동이 시작되었다. 부당한 피해에 대해,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을 보며, 저자는 비로소 어린 시절의 성추행 경험과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받았던 억압에 대해 털어놓을 용기를 얻었고 이해와 공감을 받았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의 삶을 내내 지배해왔던 트라우마에서 서서히 헤어나올 수 있었다. 그 경험을 토대로 그녀는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다른 이들과 함께 독서모임을 가지고,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우뚝 서는 중이다.
《조금씩 천천히 페미니스트 되기》는 대한민국의 30대 무자녀 기혼여성인 저자가 페미니즘 공부를 통해 비로소 온전한 자신을 되찾아간 성찰의 기록을 담고 있다. 가부장제의 틀 안에서 자라며 억눌렸던 삶,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되었던 끔찍한 사건, 학창시절에 겪었던 데이트 폭력, 지금도 여성에게 유달리 부조리한 세상까지 그녀는 피해자이면서도 늘 침묵을 강요당해왔던 그간의 경험들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독서 모임과 생활 속의 작은 실천들을 통해 페미니스트로 성장한 과정들을 조용하지만 단호하고, 고요하지만 뜨겁게 토로한다.
세상과 불화했던 그녀가 세상과의 경계를 허물게 도와준 페미니즘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지금 바로 내 삶에서 주도권을 찾고 당당한 주체로 선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저자는 자신의 삶의 궤적을 통해 생생하게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