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눈빛
무언가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제4회 문지문학상, 제2회 김승옥문학상 수상작가 박솔뫼의 두 번째 소설집 『겨울의 눈빛』. 지금 이 자리에 멈춰 섰을 때 반복적으로 말을 거는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기억하고, 기록하려는 의지를 다지며 써내려간 9편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제4회 문지문학상 수상작인 표제작 《겨울의 눈빛》을 포함한 작품들에서 저자는 부산의 극장, 광주의 공사장, 극장의 조명실 등을 떠돌며 화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목격하고 증언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의도적으로 매끈하게 정돈하지 않은 듯한 문장들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하면서, 마치 독자의 귀에 이야기를 들려주듯 리듬감 있는 문체로 진행되는 작품들에서 저자는 파괴적이기도 하고, 비현실적이기도 한 장면들을 끌어와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대체 무엇인지 함께 볼 것을 독자에게 권유한다. 폐허가 된 공간을 서술하는 박솔뫼 특유의 서늘한 문장들은 때로 종말에 가까운 무언가를 상상케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을 반복할 것이며 그렇게 오래도록 살아남을 것이라는 끈질긴 증언에의 의지를 통해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그려보게 하는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