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의 영원한 밤
요히 일렁이는 잔물결 같은 문장들이 일으키는 아득한 착란
가장 내밀한 감정까지 기꺼이 끌어안는 작가, 김인숙 단편의 정수
한국일보문학상(1995), 현대문학상(2000), 이상문학상(2003), 이수문학상(2005), 대산문학상(2006), 동인문학상(2010), 황순원문학상(2012)…… 소설가 김인숙이 걸어온 이 화려한 이력 앞에서 누군가는 그가 작가로서 성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뤘다고 느낄까.
그렇지만 한국문학에서 김인숙이라는 작가가 지닌 특별함은, 그가 누구보다 깊고 넓은 작품세계를 일구어내었음에도 누구보다 왕성하게 그 세계의 경계를 확장해나가고 있다는 점에 있다.
등단 이후 불안한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방황과 자유에 대한 희구를 그렸던 그는 이후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작품으로, 개인의 삶을 세밀하게 응시하는 작품으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갱신해왔다.
그런 김인숙의 신작 소설집 『단 하루의 영원한 밤』은 삶의 매서운 진실을 묘파해내는 김인숙 소설의 매력을 가장 명징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작가가 새롭게 개척해나가고자 하는 방향을 지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페미니즘 로드무비의 통쾌함과 뜻밖의 스릴러적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최근 김인숙 소설의 특별한 변화”라고 간명하게 짚어냈듯, 이제 김인숙은 잠잠하던 일상 위로 돌출되곤 하는 뜻밖의 순간들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듯하다.
“점점 더 거세지다가 아홉번째에 이르면 사람을 삼켜버릴 정도로 대단해”(「아홉번째 파도」)지는 파도처럼 언젠가는 삶을 삼켜버릴지도 모를 낯선 기미들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