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첫 시도의 대응책으로 두 번째에서는 붉은 실을 준비했다. 낚시 줄을 붉게 색칠해 벽에 못을 박아 엮어 놓고, 손목에 단단히 묶었다. 예상처럼 몸과 함께 낚시 줄도 시공을 넘어 이동했다. 두 번째도 바다 한복판이었지만, 근처에 항구가 있어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리비도를 통해 열린 시공간의 건너편은 1953년도의 부산이었다. 종전 직후 부산항엔 피난민들이 몰려 하역 꾼으로 일을 하고 있던 터라, 의심을 받지 않고 사람들 틈에 섞여들 수 있었다. 근처 국제시장 또한 피난민들이 터전을 잡고 있었기에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첫 시도 이후, 다섯 번을 더 부산에 다녀왔다. 그 동안에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현재와 날자가 동일하다는 것. 아쉬운 것은 장소와 시간을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최진숙
1977년생.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는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다보니 점점 꿈과는 거리가 멀어진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작가에게 어린 아이를 돌보며,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글쓰기 밖에 없었다.
아이가 잠든 시간에 펜을 들고 조금씩, 조금씩 글을 써 내려갔다.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가 이젠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하나씩 완성되는 작품을 출간하는 보람은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다는 최진숙 작가는 지금도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최진숙 작가는 2011년 북씨를 통하여 루저들의 일상을 그린 <루저헌팅>이라는 소설로 데뷔하여, 외모지상주의를 다룬 로맨스소설 <미녀는 추남을 좋아해> 시리즈를 발표하였고, 뒤이어 령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령 - 도화령>을 출간하면서 판타지 소설 작가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도화령의 뒤를 이어 바로 령 시리즈의 2번째 작품 <령-누리나라>가 출간되었는데, 이 작품은 도화령과 같은 판타지계의 소설이었지만 로맨스 소설을 출간한 경험이 있는 작가답게 판타지와 로맨스 사이를 넘나드는 작가의 필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최진숙 표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최근 <무찾소>, , <환상에 대한 열 개의 파편>등을 출간하면서 추리소설의 영역까지 발을 넓힌 최진숙 작가. 장르는 물론이고, 장?단편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녀의 왕성한 필력이 남길 발자취는 대체 어디까지 일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