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2006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젊은 여성들의 일과 사랑, 그 안에 감춰진 욕망을 다양한 각도로 변주하며 한국문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백영옥의 신작 소설. 특유의 경쾌한 문체와 스피디한 전개가 돋보였던 기존의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세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사랑과 연애, 이별에 대한 내러티브가 담담한 시선과 섬세한 필치로 균형과 긴장을 잃지 않고 유감없이 펼쳐진다.
투명하면서도 아름다운 서사, 단단하면서도 감수성 넘치는 문장들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현실 속에서 우리가 흔히 겪는, 그러나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실연의 상처와 고통, 아픔을 어떤 포장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보여준다.
실연을 겪은 사람들의 고통은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실연은 슬픔이나 절망, 공포 같은 인간의 다른 감정들과 다르게 칼에 베였거나 화상을 입었을 때의 선연한 느낌처럼 구체적인 통증을 수반하면서 ‘거절’이 인간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형태의 상처를 남긴다.
일상의 사람들에게 오전 일곱시는 어떤 시간일까.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시 조찬 모임’이라는 레스토랑에서 진행되는 동명의 모임은 트위터를 통해 공지가 확산되었고, 21명의 사람들이 모임 당일 오전 일곱시에 레스토랑으로 모인다. 오전 일곱시에 모여서 함께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실연의 기념품-차마 버리지 못한 채 가지고 있는 사랑의 상흔들-을 교환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모임에서 세 남녀의 인연이 얽히기 시작한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우리는 모두 상실을 경험한 적이 있고 그 때문에 서로의 상실을 이해하고 보듬어줄 필요가 있음을 호소하며, 어쩌면 모두가 상실의 공동체라는 운명적 카테고리에 묶여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 만든다. 실연의 상처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도, 그렇다고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다시 일어설 수도 없어 방황하는 이들의 처연한 모습은 독자들의 폐부를 찌르며 같은 경험에 대한 공감과 함께 그를 통한 위안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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