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미하라
일상에 존재하는 꺼림칙한
악의가 점점 목을 조여온다.
『야미하라』는 츠지무라 미즈키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본격 호러 장편 미스터리다. 먼저 작품의 제목인 ‘야미하라’의 의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본에서는 타인에 대한 괴롭힘을 뜻할 때 일본어와 영어 해러스먼트(harassment)를 결합해 ‘○○하라’라고 표현한다. 그 예로 성희롱을 뜻하는 세쿠하라, 직장 내 괴롭힘을 뜻하는 파와하라,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직장인 여성을 차별한다는 뜻의 마타하라, 정신적 괴롭힘을 뜻하는 모라하라, 음주를 강요하는 괴롭힘을 뜻하는 아루하라 등이 있다. 일상 속 괴롭힘을 지칭하는 신조어가 이렇게나 많다는 점이 놀라울 정도인데,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에 의해 또 하나의 조어가 탄생했다.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누구나 겪었을 법하지만 특별히 무어라 말하기 어려웠던 불쾌감과 공포, 즉 야미 해러스먼트, 야미하라가 바로 그것이다. 호러 장편 소설을 집필하고 싶었다던 작가는, 누구나 예측할 만한 호러 소설이 아닌 작가 특유의 호러 소설을 쓰고야 말았다. 자기 정당화를 방패 삼아 자신의 어둠을 타인에게 강요해 불쾌감을 주는 행위의 다양한 양상을 그려내며 공포의 소재로 삼는다. 이런 경우는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종을 당하거나, 뭔가 ‘쌔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거나, 학교에서나 회사에서, 또는 친구들 사이에서, 이웃과의 관계에서 야미하라는 무궁무진하게, 그것도 매우 입체적인 방식으로 존재한다. 작가는 이를 예리하게 포착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낸다. 호러 장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야미하라』에는 귀신이니 저주, 좀비 같은 요소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고 질식할 것만 같은 공포감을 조성하며 독자들을 끊임없이 사로잡는다.
구체적으로 제1장의 주인공은 반장을 맡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다. 어느 날 전학 온 남자에게서 ‘오늘 집에 가도 돼?’라고 묻는다. 이후에도 여학생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려고 하는 태도에 공포를 느낀다. 제2장은 아파트 단지, 제3장은 회사, 제4장은 초등학교, 마지막 장은 가족. 총 5장 구성으로 쓰여진 작품은 각 에피소드마다 ‘야미하라’가 발생하는 장소가 바뀐다. 현대 사회의 여러 커뮤니티에 존재하는 다양한 양상의 야미하라를 다루며 일상의 공포를 물씬 전달한다. 더욱이 작가가 여기저기 장치해둔 복선과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를 따라가며 각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추리하다 보면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도 한껏 느낄 수 있다. 이전의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을 읽어보신 독자라면 작가의 새로운 모습에 매료될 것이며, 처음으로 츠지무라 미즈키를 접하는 독자 또한 작가 특유의 내면 묘사와 이로 인한 공포감에 사로잡힐 것이다. 한여름, 작가의 작품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
그놈들이 오면 사람이 죽는다.
“그놈들은 자신의 어둠을 강요해.”
츠지무라 미즈키는 2004년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로 제31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그 후 2008년부터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횡보를 걸으면서 2011년 『츠나구』로 제32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열쇠 없는 꿈을 꾸다』로 제147회 나오키상을, 2018년 『거울 속 외딴 성』으로 제15회 서점대상을 수상했다. 심리 묘사와 감동을 전달하는 데 탁월하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을 대변하는 이야기꾼인 만큼 일본 여성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작가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하고 특히 「셜록 홈즈 시리즈」 등을 즐겨 읽었으며 초등학교 3학년 때 호러풍 습작 소설을 쓰기도 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아야쓰지 유키토의 『십각관』을 읽고 큰 충격을 받은 이후 그의 팬이 되었다. 심지어 편집부의 도움으로 아야쓰지 본인과 메일을 주고받는 사이까지 되었다. 2002년 지바대학 교육학부를 졸업했는데 지바대학을 선택한 이유도 그곳에 미스터리 연구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졸업 후에도 일과 병행하며 글쓰기를 계속했고, 앞서 말했듯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로 2004년 데뷔했다.
이러한 츠지무라 미즈키는 작품 활동을 통해 주로 청소년, 여성, 아이의 흔들리는 심정을 투명한 문체로 섬세하게 그려내 왔다. 대표작으로는 블루홀식스에서 출간한바 있는 『파란 하늘과 도망치다』가 있는데, 여기서는 아들과 엄마의 시선을 포착하며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는 실제로 아들이 있기도 해서인지, 소년을 주인공으로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번 작품인 「야미하라」와 관련해 작가는 줄곧 호러 장편 소설을 집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경험해 봤을, 딱히 규정할 만큼 친숙한 관계가 아닌 사이에 본인의 생각이나 사정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를 소재로 고민하다가 ‘야미하라’에 다다르게 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따뜻함, 섬세한 심리묘사가 특장점이었던 츠지무라 미즈키가 「야미하라」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매우 성공적으로 변신한다. 따뜻한 관계뿐만 아니라 섬뜩함과 공포, 두려움의 감정 이러한 자신의 장점을 호러 소설에서도 매우 효과적으로 살려내는 작가의 파격적인 변신을 기대하며 작품을 즐겨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