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핑 뉴스 (세계문학전집 179)
방대한 지적 토양에서 탄생한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소설
서정적 산문의 대가 애니 프루의 역작
애니 프루는 첫 단편집 『하트 송과 단편들』을 발표한 1988년 이미 오십대 중반의 나이였다. 작가로서 꽤 늦게 빛을 보기 시작한 그녀는 그간의 삶의 경험을 통해 풍부한 생의 면면들을 소설로 옮겼다. 소설을 통해 삶을 경험한다고 말하는 많은 작가들과는 달리, 그녀는 먼저 삶이 있고 그다음에 글이 따른 셈이다. 프리랜서 기자 생활을 하며 원예나 요리에 대한 실용서를 펴내기도 한 그녀의 소설적 특징은 사물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다. 『시핑 뉴스』 또한 이러한 그녀의 지적 토양에서 탄생했다. 자연 속에 자리를 잡고 그곳에 대한 소설을 쓰는 작업을 주로 해온 그녀에게 지역적 배경은 인물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소설에서 뉴펀들랜드가 그 어떤 인물보다 생생히 살아 숨쉬는 이유다. 캐나다 변경의 척박한 땅, 빙산으로 가득한 항구도시인 그곳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들은,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이 경험하는 기쁨과 슬픔, 상실과 회복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빛을 가장 밝게 빛나도록 해주는 것이 어둠이듯, 행복에 대한 감수성을 가장 강하게 만들어주는 건 바로 불행이 아닐까. 단순히 불행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부신 행복이 가능하다는 것, 애니 프루는 자신만의 해피엔딩을 통해 독자들에게 진정한 삶의 감정들을 돌아볼 기회를 선사한다.
퓰리처상, 전미도서상 동시 수상
「브로크백 마운틴」의 작가 애니 프루 대표작
2017년 전미도서상 평생공로상을 수상하며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애니 프루의 장편소설 『시핑 뉴스』가 출간되었다. 『시핑 뉴스』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로 널리 알려진 애니 프루가 두번째로 쓴 장편소설로, 그녀가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녀는 첫 장편소설 『엽서』로 펜/포크너상을 받은 뒤 그해 연달아 발표한 이 작품으로 미국 작가에게는 최고의 영예인 두 상,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런 한편 서정적이면서도 거침없는 문장과 장대하고 감동적인 서사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한 번에 잡는 데 성공했다. 주로 척박한 환경 속에서 온몸으로 생을 살아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써온 애니 프루는, 이 소설에서는 미국에서 얻은 상처를 안고 캐나다의 변경인 뉴펀들랜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 자신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소설을 쓰겠다고 공언한 뒤 내놓은 『시핑 뉴스』는 불행의 복판에서도 희망 한 자락을 굳게 움켜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현대의 소설에서는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운, 웅장한 대자연 속에서 진폭 넓은 삶의 행불행을 경험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 묵직한 울림과 따스한 위안을 전해준다.
“그리고 고통이나 불행이 없는 사랑도 가끔은 있으리라.”
혹독한 자연환경과 가혹한 운명에도 기필코 피어나는 희망, 그리고 사랑
뉴펀들랜드 출신 이민자 2세인 코일은 무능한 인간의 전형이다. 외모도 능력도, 이렇다 할 야망도 없는 그는 대학도 중퇴한 채 뉴욕에서 시시한 직업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사랑은 찾아온다. 그는 자유의 화신처럼 보이는 매혹적인 여인 페틀과 사랑에 빠져 결혼에 성공하지만, 짧은 환희 뒤에는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니는 그녀를 우두커니 지켜보며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처지가 된다. 불행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페틀이 어린 두 딸을 남기고 처참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가 하면, 부모님은 동반 자살을 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장에서는 해고를 당하고 만다. 절망의 밑바닥까지 떨어져 삶의 좌표를 잃은 그는 고모의 손길이 이끄는 대로 고향 뉴펀들랜드로 향한다.
그가 도착한 캐나다 남동부의 척박한 바위섬 뉴펀들랜드는, 지독한 악천후와 호시탐탐 인간을 집어삼킬 기회를 노리는 무시무시한 바다가 있는 곳이다. 5월에도 눈폭풍이 휘몰아쳐 도로가 끊기고 도시가 마비되는 그곳에서 그는 삶을 이어간다. 그는 그나마 있던 경력으로 가짜 광고와 선정적인 기사로 가득한 삼류 신문사 ‘개미 버드’에서 일하게 되는데, 예상대로 처음부터 그의 직장생활은 실수투성이다. 심지어 물이 무서워 수영도 배우지 못한 코일은 언제 가라앉을지 모르는 낡은 배를 몰고 출퇴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엉망일 줄로만 알았던 그곳에서의 생활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뉴욕에서는 무능력자의 표본처럼 보였던 코일은 사람들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힘이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항구에 들어온 히틀러의 유람선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를 쓴 그는 사장에게 칭찬을 듣고, 고정 지면을 얻게 된다. 서른여섯이 될 때까지 평생 무시와 냉대만 받아온 그는 태어나서 처음 듣는 칭찬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그 일 이후로 그는 조금씩 자신이 가진 것들을 찾아나간다. 해적 출신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끈질긴 생명력과 인내심으로 두려움과 고난을 하나씩 극복해가던 그에게 조금씩 희망이 찾아오고, 비슷한 상처를 지닌 여인 웨이비와 아픔을 나누며 점차 가까워진다. 그렇게 그는 절망뿐이던 인생에서 희망의 끈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배를 만들기 시작하며 두 번째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방대한 지적 토양에서 탄생한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소설
서정적 산문의 대가 애니 프루의 역작
애니 프루는 첫 단편집 『하트 송과 단편들』을 발표한 1988년 이미 오십대 중반의 나이였다. 작가로서 꽤 늦게 빛을 보기 시작한 그녀는 그간의 삶의 경험을 통해 풍부한 생의 면면들을 소설로 옮겼다. 소설을 통해 삶을 경험한다고 말하는 많은 작가들과는 달리, 그녀는 먼저 삶이 있고 그다음에 글이 따른 셈이다. 프리랜서 기자 생활을 하며 원예나 요리에 대한 실용서를 펴내기도 한 그녀의 소설적 특징은 사물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다. 『시핑 뉴스』 또한 이러한 그녀의 지적 토양에서 탄생했다. 자연 속에 자리를 잡고 그곳에 대한 소설을 쓰는 작업을 주로 해온 그녀에게 지역적 배경은 인물만큼이나 중요하다. 이 소설에서 뉴펀들랜드가 그 어떤 인물보다 생생히 살아 숨쉬는 이유다. 캐나다 변경의 척박한 땅, 빙산으로 가득한 항구도시인 그곳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들은,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이 경험하는 기쁨과 슬픔, 상실과 회복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빛을 가장 밝게 빛나도록 해주는 것이 어둠이듯, 행복에 대한 감수성을 가장 강하게 만들어주는 건 바로 불행이 아닐까. 단순히 불행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부신 행복이 가능하다는 것, 애니 프루는 자신만의 해피엔딩을 통해 독자들에게 진정한 삶의 감정들을 돌아볼 기회를 선사한다.
애니 프루 소설의 또다른 특징은 아름다운 문장에 있다. 그녀는 탐구자의 자세로 리얼리티를 구축한 후 시인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애니 프루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를 창조하는 일을 완벽히 성공해냈다”는 〈뉴욕 타임스〉의 표현에 어울리는 그녀의 문장들은 간결하고 강력한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다. “거대하고 축축한 빵덩어리 같은 몸” 같은 묘사나, “하늘에 마구 휘갈겨진 구름” 등과 같은 시적인 표현들, 산문과 시의 경계에서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그녀만의 문장들은 이야기에 긴장감과 입체감,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부여한다. 그녀의 뛰어난 점은 소설 속의 문장들이 단지 독창성을 위해 이러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애니 프루의 문장은 오로지 그녀가 그리는 풍경을 더욱 생생하게 드러내기 위해, 인물들을 더욱 극적으로 살아 있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그녀의 글은 대자연을 닮았다. 압도적이고, 위협적이며, 때로는 믿을 수 없이 아름답다는 점에서.
1994년 퓰리처상
1993년 전미도서상
1993년 시카고트리뷴 하트랜드상
1993년 아이리시 타임스 해외문학상
추천사
이 독특한 풍경을 그려내기 위한 애니 프루의 비범한 내러티브 전략은 거의 도발적이다. _인디펜던트
애니 프루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를 창조하는 일을 완벽히 성공해냈다. _뉴욕 타임스
서정적이면서도 강력한 흡인력을 지닌 보기 드문 작품. _시카고 트리뷴
생생하고, 재미있고, 때로는 위협적이기까지 한 냉소적 위트로 가득하다. 독창적인 이미지들로 번쩍이는 이 소설은 읽는 이를 숨을 죽인 채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_USA투데이
대자연과 변화의 바람에 흔들리는 사람들에 관한 영혼을 울리는 이야기. _퍼블리셔스 위클리
애니 프루의 이 통쾌하고 다정한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얼어붙은 삶을 녹여줌과 동시에 독자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감싸준다. _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