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야기는 모두 알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생각을 바꾸고, 그 생각은 습관을 바꾸고, 그 습관은 전 인생의 운명을 바꾸어준다.”오직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밟아온 여정그 필생의 탐구가 내놓은 단 하나의 역작한민족을 해명하는 데 온 삶을 바침으로써 한국문학의 거목이 된 작가 한승원의 장편소설 『사람의 길』이 출간되었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걸어온 길이 독자들에게는 한국문학의 치열한 현재로, 작가들에게는 바지런히 따라가야 할 여정이 되었던 한승원은 그간 시, 소설, 동화, 인문서, 에세이와 같은 전방위적인 작품 활동을 통해 문학과 사람에 대해 깊은 고찰을 이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자신의 문학 인생을 걸어 깨달은 이해의 총체를 한 편의 소설에 녹여내었다. 그 스스로 “최후의 길”이라고 이를 만큼, 『사람의 길』은 대작가 한승원이 60년에 이르는 작품세계의 이력과 내공을 집약시킨 결정체이다.『사람의 길』을 펼치면 낯설고 새로운 형식과 내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짧은 일화와 동화가 병렬되는가 하면 시와 아포리즘이 끼어들고, 심지어 화자의 존재마저도 종잡을 수 없다. 저자이자 화자인 한승원이 자신의 분신들을 소설 속에서 만나기 때문이다. 『사람의 길』은 작가 한승원의 어린 시절을 되살리고 노년에 이른 그의 모습과 대비시킨다. 그렇게 두터운 질량을 지닌 ‘환원의 시간 기행’을 떠나는 동안 한승원은 자신이 올곧은 길을 걸어왔는지 반성하는 동시에 지난 삶을 통해 가까스로 깨달은 길인, 사람에게 이르는 길을 우리에게 가리켜 보인다.“책을 읽기 시작한 때로부터 십 년이 지난 어느 날부터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 거무는 그 길들을 열심히 따라가보았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여러 길을 만났다.올바르게 살기를 가르치고 다니다가 가시관을 쓰고 십자가를 끌며 가파른 언덕을 올라간 사람의 길을 만났다. 길 위에서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어버리고 고아가 된 왕자가 왕자로서의 길을 버리고 거지처럼 맨발로 모래밭길을 걸어다니며 얻은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가르치며 다니다가 죽어간 길도 만났다.”(15쪽)『사람의 길』은 우리가 왜 사람의 길을 걸어야 하며, 과연 어떻게 걸어갈 수 있는지 탐문한다. 소설 속에서 사람의 길은 사람이 되기 위한 길이자, 사람이라면 걸어야 하는 길을 이른다. 한승원이 어린 시절 겪었던 친구들의 따돌림에 대한 기억과, 집필실인 ‘해산토굴’의 진입로를 둘러싼 이웃과의 갈등 등 세상은 늘 사람을 소졸하게 만들고 만다. 하지만 막막하고 괴로울 때마다 하늘을 바라보면 자신에게 가야 할 길이 펼쳐져왔다고 한승원은 말한다. 그는 눈앞과 바닥만 바라보느라 작아진 우리가 어떻게 보다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는가라는 무거운 질문 앞에서, 하늘이 가리켜주었던 사랑과 화엄의 길을 몸소 걸어가본다.
저자소개
자신의 고향인 장흥, 바다를 배경으로 서민들의 애환과 생명력, 한(恨)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온 작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교사 생활을 하며 작품 활동을 병행하다가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목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뒤 소설가와 시인으로 수많은 작품을 펴내며 한국 문학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불교문학상, 미국 기리야마 환태평양 도서상, 김동리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 한국 문단에 큰 궤적을 남겼다. 소설가 한강, 한동림의 아버지이기도 하며 장흥 바닷가 해산토굴에서 집필중이다.
그의 작품들은 늘 고향 바다를 시원(始原)으로 펼쳐진다. 그 바다는 역사적 상처와 개인의 욕망이 만나 꿈틀대는 곳이며, 새 생명을 길어내는 부활의 터전이다. 그는 지난 95년 서울을 등지고 전남 장흥 바닷가에 내려가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한승원의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한'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제 소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한'이 아니라 '생명력'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는 독자들이 만들어놓은 '가면'을 거부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승원은 토속적인 작가다' 하는 것도 게으른 평론가들이 만들어놓은 가면일 뿐이지요. 작가는 주어진 얼굴을 거부해야 합니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장편 '연꽃바다'를 쓸 때부터 제 작품세계는 크게 변했습니다. 생명주의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인데, 저는 그것을 휴머니즘에 대한 반성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인간 본위의 휴머니즘이 우주에 저지른 해악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는 노장(老莊)이나 불교 사상에 있다고 봅니다."
소설집 『앞산도 첩첩하고』 『안개바다』 『미망하는 새』 『폐촌』 『포구의 달』 『내 고향 남쪽바다』 『새터말 사람들』 『해변의 길손』 『희망 사진관』,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해일』 『동학제』 『아버지를 위하여』 『까마』 『시인의 잠』 『우리들의 돌탑』 『연꽃바다』 『해산 가는 길』 『꿈』 『사랑』 『화사』 『멍텅구리배』 『초의』 『흑산도 하늘길』 『추사』 『다산』 『원효』 『보리 닷 되』 『피플 붓다』 『항항포포』 『겨울잠, 봄꿈』 『사랑아, 피를 토하라』 『사람의 맨발』, 『달개비꽃 엄마』, 산문집 『허무의 바다에 외로운 등불 하나』 『키 작은 인간의 마을에서』 『푸른 산 흰 구름』 『이 세상을 다녀가는 것 가운데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 『바닷가 학교』 『차 한 잔의 깨달음』 『강은 이야기하며 흐른다』, 시집 『열애일기』 『사랑은 늘 혼자 깨어있게 하고』 『달 긷는 집』 『사랑하는 나그네 당신』 『이별 연습하는 시간』 『노을 아래서 파도를 줍다』 『꽃에 씌어 산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