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내가 뭘 읽은 거지?
성공의 길을 가리키는 자기계발서 앞에서
오히려 우리는 루저가 되고 있지 않은지?
아름답고 가슴 벅찬 성공을 누군들 바라지 않을까? 성공을 향한 욕구 앞에서 결핍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럴 때 만나게 되는 멘토가 있으니, 자기계발서가 그것이다. 그것은 ‘당신’에게 성공할 것을 명령하고, 가르치고, 타이르며, 훈수한다. ‘당신’은 그것을 믿고 따르며, 실천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봐도 성공은 다가오지 않고, 결국 절망한 당신은 오로지 ‘자기’만을 탓하게 된다. 하나의 자기계발서가 유통기한을 다하면, ‘당신’은 마약처럼 또 다른 자기계발서를 집어든다. ‘당신’의 성공 욕망을 부추기기 위해 자기계발서들은 부단히 진화?변이한다.
? ‘오늘’을 특별한 ‘내일’로 만드는 지혜: 계몽적 자기계발서
? 1%만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 초월적 자기계발서
? 읽으면 심장이 뛰는 책: 성공담 자기계발서
? 당신의 인생을 뒤바꿔놓을 경이로운 책: 관리형 자기계발서
? 하지만 기억하라, 그대는 눈부시게 아름답다: 위로형 자기계발서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가르침: 이기적 자기계발서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패턴 변화를 6가지로 분류?정리하고, 자기계발서가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그것이 성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대표적인 도서들의 분석을 통해, 그 가르침이 1% 성공자들의 성공을 합리화해주는 것일 뿐, 나머지 99%의 사람들을 오히려 루저로 만들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자기계발서는 우리를 수많은 ‘나’들로 분해시켜 개인의 굴레에 가두어놓고, 진정한 ‘자기계발’의 전제인 ‘우리계발’과 ‘사회계발’을 보지 못하게 한다. 자기계발서가 드리운 장막을 젖히고 ‘나’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와 통합해서 바라보게 될 때, 비로소 다중의 행복한 삶이 가능해짐을 밝힌다.
자기계발서는 과연 우리를 ‘계발’시켜주고 있는가?
우리는 그야말로 ‘자기계발’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 성인 10명 중 8명이 자기계발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베스트셀러 4권 중 1권은 자기계발서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는 책 역시 자기계발서다. 자기계발서는 독서량이 꾸준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어려운 출판사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물질적 성공이 삶의 유일한 목표처럼 되어버린 세상에서 그로부터 초탈한 존재가 되지 못하는 ‘나’는 끊임없는 결핍감과 욕망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어떻게 해야 ‘내’가 잘살 수 있는가를 인생의 화두처럼 부여안은 채 오늘도 노력하고 애쓰고, 그러면서 전전긍긍한다. 그런 우리에게 자기계발서는 마치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처럼 청량하게 다가온다. 그런 책들에서 ‘나’를 일깨워주는 이야기를 발견하면, 나에게 감동을 준 이야기를 만나면, 그것들이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만 굳게 믿는다. 그것들은 성공에 걸림돌이 되는 내 습관과 생각을 꼬집어낸다. ‘나’는 수긍할 수밖에 없는 멋진 비유와, 자신을 바꿔 성공한 수많은 사례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옳은 말이고, 좋은 말이다. 때로는 힘든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따뜻한 말이 좋고, 때로는 없어져버릴 것 같은 자존감을 되찾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 친절하고 엄중한 ‘훈수’를 따라 열심히 살았건만 여전히 오늘도 ‘나’는 그 자리에, 아니 그보다 퇴행된 위치에 머물러 있다. 도대체 ‘나’는 무엇이 문제일까? 그것들이 말하는 성공이란 애당초 나와는 거리가 닿지 않는 것일까? 왜 성공은 나에게서 멀어져만 가는 것일까?
그럴 때쯤 다시 살펴보는 자기계발서는 이상하고 생뚱맞다. 자기계발의 ‘계발’이 오히려 나를 못마땅하게 하고, 상처를 받게 하고, 주위와 벽을 쌓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 가게 한다. 자기계발서는 우리를 수많은 ‘나’들로 분해하여, ‘나’만으로는 헤쳐나갈 수 없는 ‘우리’의 문제를 사상시켜버린다. 그리하여 우리가 안고 있는 진짜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분명 우리는 매일매일 ‘자기계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넘쳐나는 자기계발서들은 안타깝게 도 우리를 ‘자기’의 틀로 가두어 자기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게 한다. ‘자기계발’에 함몰할수록, 진정한 자기계발을 가능케 하고 도와주는 ‘우리계발’과 ‘사회계발’은 요원한 문제가 되어버린다.
하나의 자기계발서가 갖는 달콤한 말들의 한계와 모순을 느낄 즈음, 또 다른 자기계발서가 ‘나’에게 유혹의 말을 건넨다. 자기계발서는 ‘나’의 성공 욕망을 부추기기 위해 부단히 진화?변이한다.
계몽적 자기계발서
단순하고 쉬운 내용으로 성공의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책의 형식과 내용 모두 부족한 ‘나’에게 깨달음을 주고자 한다는 점에서 ‘계몽’ 이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기업의 추천도서 목록에 자주 오르는 책이기도 하다. 특이하게도 이 분야의 책은 ‘당신/너’이라는 인칭대명사를 함부로 쓰며, ‘하라’ ‘하지 마라’는 명령어와 ‘해야 한다’는 당위를 강조한다. ‘나’는 다른 책들이라면 거북했을 이런 표현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내게 부족한 듯한 사실을 적시하고 개선 방향을 훈수하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컨대 만족지연능력이 성공의 중요한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는 『마시멜로 이야기』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의 집에나 꽂혀 있을 뿐이다. 계몽적 자기계발서에서 이야기하는 ‘나’의 변화를 아무리 만들어내도 성공할 수 없는 이유를 밝히고자 하였다.
초월적 자기계발서
2년 연이어 베스트셀러를 장식한 『시크릿』을 위시하여, 끌어당김의 법칙과 같은 생각의 힘을 강조한 책이다. 초월적 자기계발서는 당신은 소중하고 위대한 존재인데 이렇게 초라하게 살고 있는 것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당신의 삶은 당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당신은 건강하고 부유하게 살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만 하면 된다고 달콤하게 속삭인다. 말 그대로 ‘초월’적인 힘을 우리 모두가 이미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월적 자기계발서는 ‘우리’를 해체하고 허황된 꿈만 좇는 ‘나’들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성공담 자기계발서
개인의 성공을 자서전 형식으로 펴낸 책이다. 성공의 과정에서 겪는 시련과 고난을 이겨낸 가슴 벅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성공담 자기계발서의 가슴 벅찬 이야기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결코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는다. ‘통편집’된 성공담 자기계발서는 개인의 성공을 합리화하고 불공정한 사회시스템을 가리는 역할을 할 뿐이다.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부러움은 도리어 내 삶을 못마땅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관리형 자기계발서
‘당신’의 성과를 올려주겠다는 책이다. 관리형 자기계발서는 시간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냐고, 성공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냐고, 효율적으로 대인관계를 관리하고 있냐고,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있느냐고 묻고 또 묻는다. 어쩌면 우리는 성과사회에 적합한 부속품이 되기 위해서 자신을 끊임없이 깎고 다듬고 있는지도 모른다.
위로형 자기계발서
성공을 이야기하던 자기계발서들이 어느 순간부터 우리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처럼 따뜻한 말들로 ‘나’를 달래주는 책들이다. 위로형 자기계발서는 잠시나마 마음을 놓아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잡고 있는 것을 놓으라고 말하면서도 나를 움켜쥐고 있는 것에는 침묵한다. 성과사회를 위해 우리들의 감정마저도 소비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이기적 자기계발서
위로가 식상해질 무렵, 상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지나치게 주변을 의식하면서 살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자기계발서가 나왔다. 『미움받을 용기』나 『자존감 수업』처럼 남의 시선에 얽매이거나 상처받지 않고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이 분야의 책들은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 하나 지키기 힘든 사회가 만들어낸 책이다. 과연 나의 자존감은 지켜질 수 있기는 한 것일까?
『도대체 내가 뭘 읽은 거지?』는 진정한 ‘자기계발’이란 무엇인지, 그러한 ‘자기계발’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고자 하는 책이다. 자기계발서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그 한계와 함정을 적시하고, 그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한 ‘나’와 ‘우리’를 세울 수 있도록 독자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