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나는 분단국의 페미니스트입니다

나는 분단국의 페미니스트입니다

저자
수지, 추재훈, 영민
출판사
들녘
출판일
2019-05-25
등록일
2019-09-06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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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의 상처를 치유할 수는 없다 해도 적어도 그것을 마주하고 더 잘 보듬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다 발견한 것이 페미니즘이었다.”



페미니즘이라는 테마로 분단 현실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시도

“분단이라는 차가운 현실 속에서 발견한 나의 구원자, 페미니즘”

분단국 청년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 한반도 분단이라는 ‘더 시급한 사안’ 앞에서 늘 착취당하고 소외되어온 여성, 끊임없이 자기를 검열하고도 승자가 되지 못하는 스스로를 혐오하며 그것을 여성혐오로 표출하는 남성, ‘나중에’를 연호하는 사회 속에서 아직까지도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소수자. 이들은 저마다 부조리한 젠더 현실에서 유래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페미니즘에서 구원을 발견했다. 페미니즘은 이들이 분단국의 청년으로 살아가는 아픔을 야기한 사회 구조를 파악하고 이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해주었다. 이 책에는 저자들이 저마다의 젠더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경험했던 아픔들이 솔직하게 드러나 있으며, 페미니즘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그 아픔의 근원을 분단이라는 현실에서 추적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분단국의 젠더를 분석하다

이 책은 세 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다.「분단된 한반도의 여성을 발견하다」는 “한반도에서 여성은 어디 있는가?”라는 질문을 필두로, 분단국 군사주의하에서 여성이 타자화되어온 역사를 돌아본다. 식민지, 냉전, 전쟁의 풍파를 거치며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도구로 전락했다. 분단이 지속되는 한 한반도의 여성들은 가부장적 질서와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순응할 것을 강요받게 되고, 당면한 거시적 과업 속에서 젠더 문제는 사소한 것으로 치부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페미니즘적 감수성을 담은 통일 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기혐오와 여성혐오로 얼룩진 분단국 남성성」은 승자남성과 패자남성의 분화, 그리고 남성의 자기혐오라는 프레임을 바탕으로 여성혐오의 기원을 분석하며, 분단국가인 남한과 북한에서는 승자 지향성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분단국 남성성은 여성의 도구화와 성 상품화를 기반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한다. 승자성과 패자성이 경합하는 남성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분단국 남성성이 한반도 여성혐오로 이어지는 과정을 추적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분단 대한민국, 여전히 내가 설 자리는 없다」는 분단국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여성을 배제한 채 이뤄지는지 고찰한다. 진보 정치인들이 여성을 소외시키고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모습, 대선 후보의 남성성 증명이 표심으로 이어지는 광경, 이성애적 섹슈얼리티의 공유가 남북 지도자 간의 우애를 두텁게 하는 장면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는 기실 여성혐오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으며, 분단이라는 상황하에서 성차별적 구조는 더욱 공고해진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투 운동의 저력이 보여주듯 현실은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으며, 젠더 이분법을 깨기 위해서는 이처럼 용감한 이들의 저항과 연대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비극을 넘어 함께 사는 길로

오늘날 페미니즘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은 많지만 이처럼 분단 현실과 맞물린 페미니즘 담론을 제시하는 책은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어쩌면 대한민국의 젠더 구조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수지, 추재훈, 영민은 분단국의 젠더를 분석하고, 분단이라는 시대적 배경, 국가적 상황이 대한민국의 젠더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더불어 이들은 각 젠더들을 억압하는 구조를 고발하며 더 나은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반도의 불온한 민낯을 확인하며 살아 있는 것은 불행이지만, 이 땅의 평화를 추구하는 일은 끝이 없어야 할 것이다.



‘룰디스’ 시리즈 소개

도서출판 들녘에서는 청년이 짜는 판, ‘룰디스 시리즈’를 새로이 선보인다. ‘룰디스(Rule This)’는 기성의 언어가 아닌 청년의 언어로 청년의 의제를 직접 펼치는 발언대로, 여러 단체에서 뜨겁게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연구자와 함께한다. 시리즈의 1차분으로 우리 사회의 젠더 이슈를 진단하며 해결책을 고민하는 세 권의 책, 『나는 분단국의 페미니스트입니다』 『페미니즘 쉼표, 이분법 앞에서』 『글 쓰는 여자는 위험하다』를 펴낸다. 청년들 스스로 담론을 생상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바꿈청년네트워크와 함께 기획했다.









책 속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북한·통일 관련 연구와 젠더 연구의 ‘접점’이 부재하다는 것이었다. 학부 때부터 흔히 접했던 북한·통일 연구에는 젠더 감수성을 담은 책이나 논문이 흔치 않았다. 그리고 반대로 여성학 분야에서는 분단 문제에 대한 관심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두 관점을 흥미롭게 접목시킨 일부 선구자적인 학자들의 연구를 제외하면 이 둘을 접목시키는 시도는 아직 부족했다. 북한 여성 연구는 양적으로 꽤 축적되었으나 페미니즘적 시선에서 북한의, 한반도의 젠더 관계를 바라보는 연구는 극히 드물었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한번 파고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반도 문제와 젠더를 어떻게 엮을 수 있을까? 탄생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해 보였다. 나는 한반도 분단을 섹슈얼리티의 관점에서 해체하고 분석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_25쪽



정리하자면, 군사적 대결 상태든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협상 단계든, 분단체제가 지속되는 한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은 답보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으며, 여성들의 삶은 계속해서 분단국 젠더정치 속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간 통일 담론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주변으로 밀려난 것도, 평화에 대한 여성주의적 논의가 널리 확산되지 못한 것도 모두 여기서 기인한다. 그러므로 한반도 내의 여성과 남성 그리고 젠더퀴어Genderqueer까지 모두 자신의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으려면, 이분법적이고 폭력적인 젠더 이데올로기를 통해 우리를 겹겹이 억압하고 있는 분단구조에서 탈피해야만 한다. _58쪽



나는 남성으로 태어나서 남성으로 살아왔고 아마 앞으로도 남성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도 남성과 남성의 생애, 남성의 위치 등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채로 성별과 성차에 대해 논한다면 그건 그럴싸한 자기 포장이거나 위선이다. 그럴 바엔 아예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내게는 그렇다. _70쪽



남성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언제나 변화하며, 그 안에는 모순이 가득하고, 완벽하게 성취할 수도 없는 이상이다. 다만 남성성을 파악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를 돌아볼 수는 있다. 어쩌면 내가 한국에 태어난 남자라는 사실을 차근차근 돌아보고 짚어보는 일이 내가 실천할 수 있는 페미니즘의 하나가 아닐까. _73쪽



이것이 승자남성과 패자남성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승자남성과 패자남성을 가르는 기준은 무척이나 다양하며 엄혹하다. 남성으로서, 승자남성과 패자남성이 갈라지는 수많은 기준이 있으며 이 또한 부조리하다는 점을 자각할 수 있다면, 남성과 여성을 가르는 부조리한 기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면, 자신이 가진 승자성과 패자성을 동시에 인지할 수 있다면 페미니즘이 문제 제기하는 부조리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승자남성과 패자남성의 구분은 그 출발점일 수 있다. _98쪽



대선이 끝나고 나라는 안정된 것처럼 보였다. 재정비를 끝낸 나라는 앞으로 향했다.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성과를 이뤄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양측 정상 부부가 함께 있는 장면은 화제가 되었는데, 특히 공식 석상에 부인을 대동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김정은이 리설주 여사를 등장시킨 것은 정상국가로 거듭나고자 하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들이 제기되었다. 또한 문재인-김정숙 부부, 김정은-리설주 부부의 모습이 흡사 부모와 아들 내외 같은 안정적인 그림이 연출되었다고 여겨졌다. 정상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쇼맨십으로 부인과의 대동을 선택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째서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이성애자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모든 의혹을 떨쳐버리는 것이 정상국가의 정상으로서의 첫 번째 단계였을까. _207쪽



“연결될수록 강하다”는 말은 단일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와 적의 구도가 아닌 각각의 위치에 놓여 있는, 그 위치 역시 언제나 변화하고 있는 유동적인 개인들 사이의 갈등과 투쟁과 연대. 단결하여 승리하자고 외치는 진보가 누구의 진보인지,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감추거나 없애는 방식의 단결을 통한 진보라면 그것을 전 사회적 진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이들이 확대된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통해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틀렸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들은 분열하여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펼쳐지고 있다. _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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