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과 비폭력대화
효과적인 대화를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세 가지
말은 나를 드러내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우리는 말을 통해 자기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필요한 무언가를 요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이때 듣는 사람이 없다면 말이 가진 기본적인 기능은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래서 말은 상호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 바로 말하기와 듣기, 대화다.
하지만 우리의 말하기와 듣기는 무의식적으로, 그리고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의미를 담는 것이 아니라 ‘내뱉고’, 상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자기 식으로 해석하거나 흘려버린다. 그러다 보니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관계 역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 책에서는 대화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세 가지에 대해 안내한다. 그 본래 기능이란 자신이 의도하는바 그대로를 전달하고, 상대방의 말을 오해 없이 듣는 것이다. 유명한 대화 모델인 ‘비폭력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와 초기불교 수행 전통에서 유래한 명상법인 마음챙김을 중심으로, 두 가지를 결합, 보완하여 대화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세 가지를 정리하였다. 첫째 실재감을 가지고 대화를 이끌어 갈 것, 둘째 호기심과 배려에서 시작된 의도를 가질 것, 셋째 중요한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 세 가지 핵심을 중심으로 나의 말이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되고 상대방의 말을 오해나 감정 소모 없이 들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소개하였다.
언제나 지금에 집중하여, 어떠한 판단 없이 요점만 말하고 들을 것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세 가지 핵심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우리가 대화를 할 때 가장 많이 잊어버리는 것이다.
무엇보다 실재감, 현재 이곳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은 말하기와 듣기 양쪽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실재감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음챙김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감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후의 감정이나 욕구 등을 섞지 않고 말하거나 상대방의 말을 오해 없이, 집중하며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어떠한 요소보다 첫 번째로 대화할 때는 ‘실재감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실재감만 가진다고 해서 대화가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후에 강조하는 것들은 대화할 때 필요한 구체적인 방법이다.
먼저 ‘호기심과 배려에서 시작하는 의도를 가질 것’은 함께 대화하는 상대를 어떤 선입견 없이, 그 사람도 나와 같은 하나의 존재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나의 감정이나 상황에 상관없이 상대방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공감과 배려가 대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중심으로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특히 갈등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하였다.
마지막으로 꼽는 것은 ‘중요한 부분에 집중할 것’이다. 대화에는 주변 상황이나 대화하는 나와 상대방의 현재 상태 등 수많은 요소가 관여한다. 이때 중심을 잃지 않고 요점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주의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주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안내한다. 이를 통해 관련 없는 요소를 옆으로 미뤄 두고 중요한 것에 초점을 맞출 때 원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고 한 단계씩 효과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음챙김이 결합된 비폭력대화
마샬 B. 로젠버그(Marshall B. Rosenberg)가 만든 대화 모델인 비폭력대화는 우리 누구나 가지고 있는 연민의 마음을 바탕으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가 상처받지 않고 원하는 바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찰, 느낌, 욕구, 요청의 네 단계를 거쳐 전달하라고 말한다.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 일에 대해 내가 느낀 감정을 전달하고, 그 감정이 일어나게 된 나의 욕구가 무엇인지를 말한 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요청하는 것이다.
이때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식별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다. 감정과 욕구를 식별하지 않으면 말하는 사람의 판단이나 평가, 분석이 섞이게 되고, 상대방은 이를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여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기 쉬워진다. 그러나 기존 비폭력대화 모델에는 감정과 욕구를 식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부족했다. 저자는 감정과 욕구를 식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음챙김 명상에 주목했다.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는 마음챙김 명상은 이 목적에 안성맞춤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저자의 특이한 이력과 함께 우연한 만남이 작용했다. 고등학교 시절 명상에 관심을 가진 것이 인연이 되어 태국에서 2년 반 동안 출가 수행자로 생활한 적이 있는 저자는 비폭력대화 공식 교육자이기도 하다. 우연히 2000년대 초반 비폭력대화 워크숍에 참가했다가 비폭력대화 모델의 창시자인 로젠버그를 만나 마음챙김이 비폭력대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을 전했고, 로젠버그 역시 이 의견에 동의, 지지를 표했다. 이 만남을 계기로 저자는 마음챙김 명상과 비폭력대화를 통합하기 위해 20년간 노력하게 된다.
그 노력의 결과물인 이 책에는 어느 것이 비폭력대화 모델의 것이고, 어느 것이 마음챙김 명상에서 유래한 것인지,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는 않다. 그 대신 비폭력대화 모델에서 안내하는 말하기와 듣기 요소요소에 마음챙김 명상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알아차림을 통해 대화하는 내내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거나 ‘호흡’을 통해 들뜬 마음을 진정하고, 명상에서 주의를 다시 집중하는 기준점인 ‘닻’을 이용해 치열한 감정을 가라앉히는 데 사용하라는 식이다.
다양한 연습과 요점 정리, 문답과 함께 익히는 대화법
대화하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었다고 해서 우리가 능숙하게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연습해서 몸에 익혀야 비로소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쉽게 대화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저자의 배려가 곳곳에 숨어 있다.
먼저 본문에서 소개하는 개념을 일상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연습해 볼 수 있는 ‘연습’ 항목을 중간중간에 수록해 두었다. 그 가운데에는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한 ‘몸에 주의를 기울이기’ 같은 쉽게 익히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 유형을 살펴보는 간단한 것도 있다. 또한 책을 읽는 도중에 할 수 있는 연습, 일상생활 중에 해야 하는 연습, 혼자서 해야 하는 연습, 함께 할 상대가 있어야 하는 연습 등 여러 상황에서 해야 하는 연습이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다.
또한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요점을 본문 중간에 한 번, 그리고 각 장 마지막에 또 한 번 수록하였다. 이를 통해 독자는 본문의 내용을 읽고 난 뒤 한 번 정리하고, 또 한 장을 다 읽고 난 뒤에 다시 한 번 보고, 기억하여 책속에 소개된 원리와 요점을 확실하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장 마지막에는 원리와 요점만이 아니라, 저자가 실제 대화법 워크숍과 수련회 과정에서 학생들과 주고받은 질문과 대답이 수록되어 있어서 대화법을 익히다 보면 충분히 생길 수도 있는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