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인간이 지닌 창의성의 본질은 무엇일까?
인간의 창의성 밑바닥의 본질은 무엇일까? 신비로운 창의성 뒤편에 있는 뇌에서는 어떤 과정이 펼쳐질까? 창의성의 진화적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문화는 어떤 경로로 개개인이 창의성을 빚어내는 데 도움을 줄까? 이 책은 이런 종류의 질문을 엄밀한 동시에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다룸으로써 일반 대중을 위해 인간의 창의성에 드리운 신비를 벗겨주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저자의 발상들은 읽는 이에게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혁신의 시대에 던져진 인간의 뇌
우리는 점점 창의성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을 하고, 성인들에게는 좀더 창의적으로 생각해보라고 압박을 한다. 어떤 사람은 창의성이 있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아인슈타인 같은 창의적인 사람의 뇌는 어떻게 다를까? 또한 말랑말랑한 창의성의 장기, 뇌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이 책에서는 창의성의 본질에 관해 독창적이고, 설득력 있고, 가끔은 도발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다차원에서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던져진 우리의 뇌에 대한 매우 통찰력 있는 연구서다. 현저성, 고전두엽성-저전두엽성, 작은세상망과 같은 핵심 개념들을 통해 뇌가 어떻게 사안의 경중을 판단하는지, 문제에 강하게 몰입한 다음에 잠자거나 걷다가 오는 ‘아하’ 하는 순간의 정체는 무엇인지, 새롭고 놀라운 통찰과 해답은 어디서 느닷없이 나타나는지를 탐구한다.
저자는 뇌 연구의 첨단에서 이루어진 다수의 발견에만 의지하지 않는다. 자신이 신경과학자이자 신경심리학자로서 직접 얻은 통찰에도 의지하면서, 역사·문화·진화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와 통합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뇌의 생리와 해부구조가 특권적 지위에 있는 전두엽 및 전전두피질과 더불어 창의성을 생성하는 데에서 담당하는 구실을 남김없이 능란하게 논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련에서 젊은 신경과학자로서 겪었던 경험들을 버무려 창의성의 중요하지만 덜 알려진 측면까지 마저 다룬다.
저자가 거론하는 주제는 언어의 기원, 여러 신경과적 이상의 본질, 동물의 인지, 가상현실을 넘어 인공지능에까지 이른다. 또한 미래의 창의성과 혁신이 사회에서 나아갈 방향, 그 창의성과 혁신의 뿌리와 표현이 생물학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얼마나 다중적일지에 관해, 그래서 그것이 다가오는 세대들의 사회를 어떻게 변모시킬 것인지, 심지어 그 때문에 인간의 뇌가 발달하고 노화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관해서까지 몸을 사리지 않고 대담하게 예측하고 있다.
본문 엿보기
복잡한 발상도 근본적으로는 비슷한 방식으로 뇌에서 표상된다. 우리가 일상의 물리적 세계를 앞서 형성된 패턴들의 프리즘을 통해 경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학자, 화가, 사업가, 정치가, 기업주도 그렇게 앞서 형성된 개념이나 예술형식 또는 제도의 프리즘을 통해 자신의 난관에 접근한다. 수학자가 한 수식을 보고 그것을 이차방정식이 아니라 일차방정식으로 알아볼 때, 그 재인의 과정도 일차방정식들이 공유하는 필수적 성질들을 표상하는 관계망의 활성화를 통해 일어난다. 미술 비평가가 한 그림을 보고 그것을 네덜란드화파가 아닌 플랑드르화파의 작품으로 알아보는 것은 이 또한 그 그림의 상이 플랑드르화파 대가의 작품들이 공유하는 필수적 성질들을 부호화하는 관계망의 뉴런들을, 관계망 전체를 활성화하기에 충분한 수만큼 활성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자마자 병을 진단할 수 있는 이유는, 의사의 앞선 경험을 토대로 그의 머릿속에 그 이상의 필수적 성질들을 표상하는 신경적 관계망이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부류의 비슷한 물체들(여기서 우리는 ‘물체’라는 단어를 넓은 의미로 사용한다) 전체의 필수적 속성들을 표상하는 신경망을, 그것이 저마다 다수의 특정한 입력을 ‘끌어당긴다’는 이유로, 때로는 끌개(attractor)라 부른다. 이 용어는 수학에서 빌려왔지만, 지금은 계산 신경과학에서도 흔히 쓰인다. 이런 신경적 ‘매력(attraction)’이 재인이라는 주관적 경험의 기제다. 좌반구는 모든 종류의 끌개를 저장하는 데 특히 더 능숙하며, 끌개의 본성이 언어적이냐 아니냐는 따지지 않는다.
_3장 보수적인 뇌
1930년대에 예일대에서 일하고 있던 C. F. 제이콥슨은, 실험적으로 전두엽 양쪽에 손상을 가하면 원숭이의 지연 반응 및 지연 교대 반응 과제 수행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을 입증한 첫 번째 사람이다. 과제에서 원숭이는 앞서 두 위치 가운데 어느 위치에서 먹이를 찾았었는지를 ‘기억’했다가 같은 위치로 가거나 반대 위치로 가야 했다. 제이콥슨은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장애를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행동으로 묘사했는데, 그는 전두엽을 모종의 기억에 연계시킨 첫 번째 사람이었다. 호아킨 푸스테르의 업적은 전두엽이 지연 반응에서 일익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더 명확히 했다. 그는 전두엽의 저온 우울증(냉동)도 지연 반응을 방해한다는 것을 입증했고, 붉은털원숭이의 전두엽에서 단서 제시와 반응 사이의 지연 시간 동안 발화가 증가한 뉴런들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이 업적의 결과로, 특정한 한 형태의 기억이 확인되었고, 전두엽과 연계되었고, 동시대 문헌에서 ‘작업기억(working memory)’으로 일컬어졌다. 수십 년 뒤, 작업기억 연구의 선구자 가운데 한 명인 패트리샤 골드먼-라킥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라는 표현을 전두엽 손상 효과의 핵심을 전달하는 방법으로도,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의 지인들을 놀리는 방법으로도 매우 즐겨 썼다.
_4장 인어와 레고의 명수
창의성은 끊임없이 과학자와 일반 대중 모두를 매혹하며, 우반구가 ‘창의성의 자리’라는 관념이 돌아다닌 지도 꽤 되었다. 그렇지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은 엄격한 연구의 산물보다는 민간 지식의 산물에 더 가깝다. 태생부터, 이 관념은 아마도 똑같이 엉성한(그리고 사실상 틀린), ‘냉정하게 합리적’인 좌반구와 반대로 우반구는 ‘정서적’이라는 대중적 관념의 파생물일 것이다(사실, 정서 조절에는 두 반구가 모두 관여한다). 우리가 앞에서 이미 결론지었듯이, 창의성은 궁극적으로 뇌 전체를 끌어들일 뿐만 아니라 뇌와 문화의 상호작용까지 끌어들이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므로, 그것을 어떤 것이든 단 하나의 뇌 구조에 연계시키는 것은 진지한 과학에 어긋나는 지나친 단순화다. 그런데 이는 모든 복잡한 정신 과정에 해당하므로, 우리가 하나의 복잡한 인지 과정을 하나의 특정한 뇌 구조.한 반구나 한 뇌엽 또는 한 핵에 연계시킬 때마다, 우리가 실제로 뜻하는 것은 그 뇌 구조가 문제의 인지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말이며, 이는 그것이 그 과정에 관여하는 유일한 구조라는 말과 같지 않다. 이는 이 책 또는 뇌에 관한 모든 책의 독자가 명심해야 할 중요한 경고다. “인지 과정 X는 뇌 구조 Y에 의존한다”라는 진술이 나올 때마다, 이는 미묘한 차이가 더 많이 있는 진술의 속기에 지나지 않음을 아는 게 중요하다. 내가 과학 문헌에서 매우 구체적인 기능을 매우 구체적인 뇌 부위에 연계시키는 주장들을 에누리해서 듣고, 나 자신의 저작에서 그런 진술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창의성의 복잡성 때문에, 창의성은 그것의 더 다루기 쉬운 성분들을 확인한 뒤에 그 성분들을 먼저 이해하려 노력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최선
이다.
_6장 혁신하는 뇌
창의 과정에서 의도적 상태와 ‘방랑하는’ 상태의 관계는 되풀이된다. 의도적 상태는 ‘방랑하는’ 상태보다 먼저 오고 그다음에도 온다는 말이다. 자신의 설명이 그 과정의 정수를 포착하지 못한다는 아인슈타인의 감은 흥미로운 사실을 드러내며, “단어 또는 언어는 … 저의 사고 기제에서는 아무 구실도 하지 않는 것 같”고 “통상적인 단어나 다른 기호를 열심히 뒤져야 하는 때는 오직 언급한 연상 놀이가 충분히 확립되어서 자유자재로 재현되는 부차적 단계에서뿐”이라는 그의 감도 마찬가지다. 이는 본질상 ‘비전두엽적’인 동시에 뚜렷하게 우반구적인 ‘창의적 불꽃’ 다음에 상징적 용어로 공식화하는 더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단계가 온다는 것을 시사한다.
_7장 유도된 방랑과 형언할 수 없는 창의적 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