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열 가지 과학혁명
과학사의 주요장면을 포착하다
『세상을 바꾼 열 가지 과학 혁명』은 과학의 발전에 혁명적인 전환점을 만든 과학자들의 지적 여정을 따라가면서 인류가 이뤄낸 눈부신 과학적 성과들과 그 미래상을 그려보는 교양과학서이다. 물리학자이자 탁월한 과학저술가인 지은이 곽영직 교수는 물리학.천문학.화학.생물학 등 여러 학문 분야를 넘나들면서 과학사의 주요 장면들을 포착했다. 과학의 전체 그림을 그려보기 위해 열 명의 인물과 그들의 저서 또는 연구 업적을 선정하여, 그 내용은 물론 인물과 당시의 시대적 배경 등을 살펴보고 이것이 과학 발전에 미친 영향을 짚어냈다. 과학자들이 위대한 성취를 얻기까지 부딪쳤던 오류들과 극복 과정을 보여주는 한편, 과학자들 사이의 우정이나 갈등과 같은 인간적인 면모도 생생히 그려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과학의 모든 분야에는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었던 전환점들이 있었으며, 그 중심에는 끝없는 호기심으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온 과학자들의 창조적인 저서, 연구 업적이 있었다. 기존의 우주관인 천동설을 부정하고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부터 진화론을 통해 창조론에 의문을 던지고 인간과 신의 관계를 변화시킨 다윈, 우주의 기원을 밝히고자 한 빅뱅 이론,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히고 유전정보의 비밀을 풀어낸 웟슨과 크릭에 이르기까지 과학사의 거장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독자들은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이 어떠한 변화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결코 질문을 멈추지 않??것이 중요하다
과학의 발전 과정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과학사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과학 혁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 책은 과학 혁명이 언제, 어떻게, 어떤 사람들에 의해서 일어났으며, 이를 통해 인류 문명은 어떻게 진보했는지를 이해함으로써 과학의 큰 흐름을 짚어보고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 또는 좁은 의미에서의 ‘과학 혁명’은 미국의 과학사학자 토머스 새뮤얼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에 처음 등장한 말이다. 토머스 쿤은 과학 활동에서 새로운 개념은 객관적 관찰을 통해 형성되기보다 연구자 집단이 모두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면서 과학이 점진적으로 발전한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고, 과학의 발전이 혁명적인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한 시대에는 모든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공리체계, 과학 방법, 가치관, 전통 등 이른바 ‘패러다임’이 형성되어 있다. 정상과학 시기에는 패러다임의 테두리 안에서 부분적인 내용이 더해지고 정교해지며, 설령 패러다임과 맞지 않는 사실이 밝혀진다 해도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그러다가 기존의 패러다임과 일치하지 않는 새로운 사실들이 점차 쌓이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난다. 집단이 신뢰하는 과학 내용과 수단인 패러다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되는 일련의 과정을 과학 혁명이라고 한다.
과학사에는 패러다임 전이, 곧 과학 혁명이 여러 차례 있었다. 어떤 것은 과학의 근간을 바꾸는 커다란 혁명이었고, 어떤 것은 일부에만 영향을 주는 작은 혁명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정상과학 시기 동안 축적된 지식보다 훨씬 큰 영향을 과학 발전에 미쳤다. 이러한 과학혁명은 “결코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한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과학자들의 끝없는 호기심과 열정적인 탐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학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자연과학은 자연에서 신을 분리해내고 자연현상의 원인을 자연에서 찾으려 했던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갈릴레오와 케플러의 활동으로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 천문체계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이후 뉴턴 역학이 등장하면서 자연현상은 신의 의지가 아니라 자연법칙에 따라 운행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었고, 자연계에서 신의 섭리는 점차 배제되었다. 그러나 물체 간에 인력이 작용한다는 원리로 모든 운동을 설명하려 했던 뉴턴역학은 이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무너진다. 한편 인간도 진화의 결과물로서 자연의 일부라고 선언한 다윈의 진화론은 자연에서의 인간의 위치를 변화시켰다. 자연을 창조하고 자연법칙을 있게 한 위대한 창조자인 신의 위치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더 이상 섭리하지 않는 신이 된 것이다.
뉴턴이 새로운 운동법칙을 제안한 해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근대과학의 역사는 이제 겨우 30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지만, 이 기간 동안 과학은 여러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크게 발전한 기술은 인류의 생활방식마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예컨대 전기를 바탕으로 하는 현대문명은 1820년대에 새로 등장한 학문분야인 전자기학이 있었기에 실현될 수 있었으며, 20세기의 핵심적인 물리학 이론으로 자리 잡은 양자물리학은 원자보다 더 작은 세계의 일들을 다루게 되면서 인간이 해석할 수 있는 자연의 범위를 크게 확장시켰다.
과학의 발전을 통해 그 동안 인간의 능력 밖에 있다고 생각했던 여러 분야에서 인류는 큰 진전을 이루었다. DNA의 구조를 밝혀낸 인류는 유전형질이 부모에게서 자손에게 전달되고 발현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 개입할 수도 있게 되었다. 또한 우주의 기원과 그 범위에 대한 사유를 통해 인류는 우주가 언제 어떻게 창조되었으며 그 범위가 어떠한지에 대한 비밀의 열쇠에 다가서게 되었다. 그리하여 과학의 발전은 인간과 자연, 나아가 인간과 신의 관계를 바꾸었으며 사물과 현상에 대한 인간의 시각을 변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