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밥상
최근 많은 사람이 슬로 푸드(Slow Food)와 친환경 음식을 선호하고 내세우지만 『소원 밥상』의 저자 권오분은 음식이 가진 기능 이전에 꼭 거쳐야 하는 과정들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녀는 작은 음식 하나에도 무조건 마음이 담겨야 한다고 믿으며, 그 말을 몸소 실천하는 아름다운 고집을 가졌다. 먹는 사람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어떤 생각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기운과 에너지가 달라지고, 결국 똑같은 음식도 몸에 들어와 달라진다는 뜻이다.
1장 〈나누어 먹는 음식〉에는 어렸을 적에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었던 쑥개떡, 중풍을 예방한다는 방풍나물 비빔밥, 봄나물로 만든 국수, 관절에 좋은 골담초꽃으로 만든 샐러드 등 어렸을 적에 사람들과 정서를 나누며 먹었던 음식들을 새롭게 만들고, 함께 음식을 먹는 이의 마음과 건강을 생각하는 몸에 좋은 우리 음식과 그에 얽힌 일상이 기록되어 있다. 2장 〈소원을 담은 음식〉에는 시집가는 딸아이를 위해 꽃묶음을 만들고 싶었던 지은이의 모성애가 드러나는 백합꽃과 상사화 이야기, 몸속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밥상, 풀또기나무와 보낸 여름 이야기, 토마토 셔벗을 만들게 된 사연, 채소를 갈아 만두피에 색을 넣고 속재료에는 받는 이를 위한 기도까지 담았다고 해서 이름 붙은 기도 만두에 얽힌 사연 등이 있다. 밥상을 통해 건강과 복을 듬뿍 받기를 기원하는 지은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3장 〈자연이 있는 음식〉에서는 사계절 내내 지은이의 집 마당에 가득했던 들꽃에 얽힌 이야기, 마음이 통하는 벗들과 가을 소풍을 위해 만들어 본 더덕 초밥, 채소를 싫어하는 조카를 위해 만들어 본 호박스테이크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계절감이 생생한 글을 통해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자연의 일부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4장 〈그리운 시절의 음식〉에는 지은이가 그리워하는 옛 자연 풍경과 집 안팎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옛 시절에 얽힌 향수를 봄맞이 부침개/무청/민들레 비빔밥/동지팥죽/청둥 호박국 등의 음식으로 풀어내면서 소박한 음식을 나누어 먹는 동안 마음 깊이 소통했던 때를 회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