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문학동네시인선 123)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문학동네시인선 123)

저자
정끝별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19-08-13
등록일
2019-09-23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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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몸으로 리듬을 타는 시

시 모르는 사람에게도 시에 눈을 뜨게 할 시

물음이 답을 품고 답에 날개가 돋는 언어의 춤



문학동네시인선 123 정끝별 시집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가 출간되었다. 1988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했으니 시력 31년째에 선보이는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이며, 전작 『은는이가』를 펴낸 지 5년 만에 펼쳐 보이는 시인의 신작이기도 하다.



총 4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 속 시들을 붙잡기 전에 선행해야 할 과정이 있으니 시인이 마련한 세숫대야 속에 일단은 손을 넣고 손부터 씻기다. ‘나의 라임과 애너그램을 위하여’라는 일러두기와 같은 글이 물로 고여 있는 그 세숫대야 속에 손을 넣고 손을 씻은 다음에 얼굴을 비춰보기다. 개운하여 말개진 얼굴이라면 좋고, 시원해서 가벼워진 얼굴이라면 더 좋고, 찡그려서 웃지 않는 얼굴만 아니라면 그것이 최고로 좋은 바고, 그 얼굴, 그 얼굴에 무엇보다 장난기 다분한 상상력이 무한 발동하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싶은 발로에서의 물 받음. 일단 시인의 이 글부터 꼼꼼하게 읽어봐주십사 드리는 마음이다.



*



하나의 소실점을 향해 일사불란 항진하는 시의 원근법이 지지부진 오리무중일 때 라임(rhyme, 압운)과 애너그램(anagram, 철자 바꾸기)이 찾아왔다. 하나의 언어를 감싸고 있던 다른 소리와 의미와 몸짓이 들썩였다. 들썩이는 춤과 노래가 딸려왔다. 물음이 답을 품고 답에 날개가 돋는, 우리의 우연과 그 병존의 공존을 위하여! ―p. 11 ‘나의 라임과 애너그램을 위하여’



그러니까 이 시집을 읽어내려가는 데 있어 두 개의 큰 힌트라면 라임과 애너그램이겠다. 압운과 철자 바꾸기. 이걸 몸으로 이해하고 시집을 읽으면 그 재미에 푸른 물이 든다. 입속까지 푸른 물이 들어 시를 내뱉을라치면 세상이 푸르게 번져감을 또한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몸으로 리듬을 타는 시. 그렇게 시 모르는 사람에게도 시에 눈을 뜨게 할 시. 그러고 나면 세상사 시로 보일 것투성이들이 얼마나 많을 것이며 그 순간순간의 채집으로 시를 발견하기에 얼마나 바쁠 것인가.



이런 앎을 시작으로 시를 찾는 기적의 기쁨도 시를 읽어나가는 데 중요한 허리 짚음이 되어주겠지만 실은 이를 다 모르고서 시 안으로 걸어들어간다 한들 별 어려움 없이 뚜벅뚜벅 전진하게도 만드는 것이 정끝별 시인의 이번 시집이기도 하다. 지금껏 시인이 일관되게 받들어온 자신만의 시심, 그 초심은 늘 그랬듯 정직하고 정확했던 바, 예서 특유의 유머는 증폭되었고 특유의 감성은 농익었으니 공감의 처마마다 떨어지는 빗물에 우산을 받쳐 쓰고 있는 시인 곁에서 아무 말 안 하고 서 있기나 해도 뭔가 그 마음 알 것만 같으니 이는 시인의 진심에도 그 여유가 깊어진 까닭이 아닐까 한다. 그가 자신의 책 제목으로 머릿돌처럼 올렸던 ‘시심전심’, 그 시심이라는 전심의 진심이 우리에게 아주 자연스럽게 전해진 데는 그가 일단은 제 살아옴의 시간과 정면대결하기를 피하지 않은 까닭일 거다. 시간과의 보폭 맞추기. 때론 시간과의 다리 걸기. 그러니까 시간과의 정정하고 당당한 싸움. 그 시간과의 맞짱뜸.



총 4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 속 시들은 시인이 자주 다뤄왔던 일상이라는 문제, 가족이라는 문제, 여성이라는 문제, 엄마라는 문제를 자갈처럼 깔고 있는데 묘하지, 와중에 뒤로 감춘 것 같은, 웬만하면 안 들키려 했던 ‘나’라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주 곧게 아주 자주 돋아났던 것이다. 그러려고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시간에 쫓기고 관계에 쫓기고 책임에 뜯기고 제 스스로도 왜 달리는지 모르는 채 앞서 가는 사람이 시인이라 할 때 그가 등뒤로 들켜내던 흐느낌. 누가 뛰라고 등을 떠민 것도 아닌데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한 채 또 어떤 날은 유령처럼 쉽게는 발이 없는 사람처럼 붕 뜬 채 배회하고 굽어보고 스쳐가고 하는 사람이 시인이라 할 때 그가 안개 속에 섞어 뿜어내던 자조의 한숨. 작정하고 말한 것도 아닌데 이 목소리들 왜 들릴까 하니 간절하고 절실해서, 목에서 피를 나게 하는 생짜여서 제 살을 찢는 부름이어서!



명랑하고 쾌활하게 쓰인 시들, 속도감 있는 문체로 걸리는 대목 하나 없이 미끌미끌 읽어나가게 만든 시들. 그랬는데, 그렇게 읽었는데, 묘하게 참 시큰하게 하는 연유는 어디에서 오는가, 생각해보니 제목에 바싹 목을 매게 된다. 봄이고 첨이고 덤이다 하였거늘,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수록 봄이 어떻게 오던가.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수록 처음은 어떻게 소화되던가.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수록 덤을 어떻게 받아들게 되던가. 봄이고 첨이고 덤이어서 반갑고 고맙고 기쁘지만 이리 말하는 것이 시인이다. 그러니까 “내 숨은 쉼이나 빔에 머”문다고, “내 맘은 뺨이나 품에 머”문다고, 그래야 “점이고 섬이고 움”이 된다고, “땀이고 힘이고 참이” 된다고. 왜 이렇게 몸과 정신을 배배 뒤트는 시를 썼는가 하니 삶이 일견 춤이어서 그랬나보다. “춤만 같은 삶의 몸부림이나 안간힘” “흠과 틈에 든 웃음이고 짐과 담과 금에서 멈춘 울음”. 웃고 울다 한 생이 간다. “최후의 시란 그런 것 그리 상투적인 것”.



춤이 “그래야”의 세계 즉, 당위의 세계에서 봄과 첨과 덤을 요청하는 것이라면 말은 “그러니까”의 세계 즉, 자연스러운 인과와 이미 도래하여 태연한 기결(氣結)의 세계를 관장한다. (…) 춤추기 위해 말하고 말하기 위해 춤춘다. 그러니까 그래야 하고 그래야 그건 거다. 정신과 형태, 당위와 인과, 요청과 기결, 갱년과 청년, 그림 그리는 아이와 절망을 미루는 엄마, 영원 속으로의 떠밀림과 이미 함께 다니는 영원, 천돌의 비밀과 관음의 환함이 천칭 언어에 모두 함께 걸려 뛰놀고 있다. 봄 사태다. ─조강석 해설 「발란사(balanza)의 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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